지프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모델의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2020년 등장할 레니게이드 PHEV가 그 주인공. 이는 더욱 강화될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지만, FCA의 장기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올해 6월, FCA는 전 세계의 배출가스 규정에 대응하기 위한 전동화(Electrification) 계획을 발표했다. 5년 동안 90억 유로(약 11조 7,476억 원)를 투자해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늘리며, 2021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승용 디젤 엔진의 단계적 폐지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FCA는 2022년까지 BEV, PHEV, HEV를 아우르는 총 12가지의 전동화 모델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해당 시기까지 약 30가지 모델을 출시할 예정인데, 각 모델마다 하나 이상의 전동화 모델을 제공해 다양한 수요를 아우를 계획이다. 




이는 전(前) CEO인 세르지오 마르키오네(Sergio Marchionne)가 세운 계획 중 일부다. 다만, 세르지오 마르키오네는 BEV에 회의적인 인물 중 하나였다. 비용이 많이 들 뿐더러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전동화 대응이 느리다는 비판에 그는 “BEV를 팔아 이득을 볼 수 있다면 하겠다”이라고 답해왔다. 그는 피아트 500e를 만들었음에도 고객에게 “구입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팔수록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의 행동 배경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수익성 향상 및 체질 개선이 간절했던 상황이었기에 BEV는 우선 사항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랬던 그와 FCA가 생존을 위해 전동화라는 카드를 준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체질 개선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는 판단이 아니었을까? 




현재 FCA의 CEO를 맡고 있는 마이크 맨리(Mike Manley)는 마르키오네가 세운 기존 계획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는 순식간이다. 전동화, 자율주행, 이동 공유 등 파고들어야할 과제가 계속 생기는 지금이다. 완전히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FCA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이들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혹시 지프 랭글러 하이브리드나 BEV를 생각보다 빨리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지프 레니게이드 PHEV는 현재 지프 레니게이드와 피아트 500X를 생산 중인 이탈리아 멜피(Melfi) 공장에서 생산한다. FCA는 PHEV 등 신형 구동계를 적용하며 2억 유로(약 2,610억 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레니게이드 PHEV는 2020년 초에 등장할 예정이며 가격에 대한 발표는 아직 없다. 주요 경쟁 모델로는 미니 컨트리맨 PHEV가 꼽힌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FCA, 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