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10월에 단 한대의 자동차를 자선 경매에 내놓는다. 20년 만에 만든 코드명 993의 911 터보 S다. 황금색 차체와 검은색 휠의 조합은 포르쉐 70주년을 기념해 500대 한정 출시한 코드명 991의 911 터보 S 익스클루시브와 같다. 단종된 자동차를 지금 다시 만든 이유를 찾아봤다. 





시작점은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 포르쉐의 특별주문 전담부서다. 고객의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일을 한다. 실내에 가죽을 씌우고 특별한 색깔의 페인트 만드는 일은 이들에겐 식은 죽 먹기다. 그런데, 이들의 공장에 코드명 993의 911 터보 뼈대가 하나 남았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가 포르쉐 70주년을 맞아 특별판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포르쉐는 70주년에 맞춰 ‘미래의 스포츠카’ 타이칸(Taycan)을 선보였다. 하지만 포르쉐 같이 역사를 강조하는 브랜드에겐 과거의 조명도 중요하다. 포르쉐 스포츠카는 오래 소유하는 비중이 높아서다. 지금까지 생산된 911 중 70% 이상이 아직 도로를 달리고 있다. 따라서 993을 바탕삼아 구형 모델을 위한 서비스인 ‘포르쉐 클래식’을 강조하기로 했다.




마침 시기도 좋았다. 2018년은 포르쉐 70주년이지만 코드명 993의 단종 20주년이기도 해서다. 그래서 포르쉐는 보유부품을 사용해 완전히 새 차를 만들었다. 엔진, 변속기, 네바퀴굴림 구동계 등 모든 부분이 새 것이다. 이는 복원이 아니다. 리메이크도 아니다. 그래서 포르쉐는 이를 2018년에 생산한 993 터보 S 신차라 부른다.




당시와 다른 점은 페인트 하나. 500대 한정 생산한 911 터보 S 익스클루시브의 테마에 맞춰 ‘골든 옐로우 메탈릭’ 색을 입혔다. 옛 모델과 새 모델의 공통점을 앞세워 역사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단 한 대의 자동차지만 살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포르쉐는 10월에 미국 애틀란타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열리는 RM 옥션에 자선 경매로 이 차를 출품한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 차는 공식 등록이 불가능하다. 서킷에서만 타거나 차고에 두고 감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괜찮다. 어디서 이런 차를 또 구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어서다. 포르쉐가 이 차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기존 소유자 및 신규 고객 모두에게 ‘911은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카다’란 생각을 심는 것. 




오래된 부품을 계속 관리하면서 재생산하는 일은 사실 쉽게 수익 거두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나아가 호감으로 이어지는 일임은 분명하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부품 걱정없이 탈 수 있는 스포츠카라니 주목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포르쉐를 사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이거 사서 평생 탈거야’. 변명치곤 훌륭하지 않나?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포르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