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렉서스 ES 300h F SPORT를 시승했다. 7세대 ES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7세대 ES는 모델 역사상 F SPORT 등급을 적용한 첫 세대다. F SPORT는 렉서스 퍼포먼스 라인업의 입문. 세련미를 강조하는 준대형 세단에 운전 재미와 스포티함을 더한 것은 렉서스의 변화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래서 바깥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큰 변화를 속에 숨겼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토요다 아키오 회장의 취향이다. 그는 레이스에 출전할 정도의 자동차 마니아이며 마스터 드라이버로 렉서스 모델의 개발에 참여한다. 그는 “좋은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렉서스에 새로운 정체성을 더하고 있다. 지금까지 렉서스는 조용하고 내구성 좋은 차로 명성을 쌓았다. 한발 더 나아가 운전이 즐거워 어디까지나 몰고 싶은 자동차가 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신형 ES 300h F SPORT의 실력이 궁금했다. 운전이 즐거운 자동차란 목표에 맞춰 ES를 어디까지나 다듬었을까? F SPORT는 강렬한 디자인과 더불어 쏠쏠한 운전 재미를 자랑한다. 주행 질감을 빚는데 필요한 부품 대부분을 바꿔서다. 계기판, 실내 트림, 스티어링 휠, 좌석, 서스펜션, 댐퍼, 핸들링 셋업 등 많은 부분이 전용 구성이다. 


실내에도 역동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붉은색과 검은색을 멋지게 조합한 좌석이 멋지다. 다른 준대형 세단과 비교하면 좌석에 앉았을 때의 느낌도 다르다. F SPORT 전용 좌석은 옆면의 사이드 볼스터가 운전자를 잡아준다. 또한,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하체가 닿는 부분의 소재는 부드럽게 만들되 다른 부분은 단단하게 만들어 골반에 걸리는 압력을 줄였다. 


이번 시승에선 뒷좌석 승차감을 확인할 수 없었다. 출발 전 앉아본 결과 다리 공간은 충분했다.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착좌감이 좋았다. 앞뒤 좌석의 착좌면 거리가 1,022㎜로 여유롭다. 뒷좌석 가운데 팔걸이를 펼치고 안락한 자세를 잡기도 좋았다. 한편 뒤 유리창의 차양막은 운전석에서 스위치 하나로 펼칠 수 있다. 


시동을 걸면 F SPORT 전용의 원형 계기판이 인사를 건넨다. 버튼 하나로 원형 계기판의 위치를 바꿔가며 여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주행 모드를 바꾸면 타코미터를 크게 띄운다. 주행 모드에 따라 계기판의 배경을 달리해 직관적인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로도 주행 중 엔진 회전수를 바로 확인하며 달릴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아참, 내비게이션은 출발 전에 세팅을 해둬야 한다. 12.3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전 모델과 같지만, 터치스크린 기능이 추가되면서 운전자와 112㎜ 가까워졌다. 가까워진 만큼 더 잘 보이고, 손끝으로 쉽게 다룰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 메뉴 조작이 한정적인 점은 그대로다.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주문이다. 


출발은 조용하고 부드럽다. 어지간하면 엔진을 깨울 일이 없었다. 그런데 F SPORT가 아니었던 기존 모델과의 차이가 순식간에 느껴졌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조금 더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하체의 움직임이 조금 더 차분하다. 낮게 깔린 듯 안정적인 승차감과 평형을 유지하는 실력이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노면의 충격은 부드럽게 삼킨다. 렉서스답다. 


고속도로에서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중앙 유지 보조 기능의 도움을 받아 느긋하게 달렸다. 합류를 위해 가속 페달을 꽉 밟을 때면 엔진 회전수를 높게 유지한 채로 순식간에 속도를 높였다. 수동 모드로 바꿔 6단까지 조절할 수 있지만 그럴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엔진 회전수를 높게 유지하기만 하면 언제든 빠르게 가속하니까.


주행 모드에 따른 승차감 차이도 확인했다. 대부분의 상황에선 노멀(일반) 모드로도 충분하다.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삼키며 안정적으로 달리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속도를 낼 때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가장 좋다.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삼키는 기본기는 그대로인데, 단단하게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특히 노면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반응이 늘어난다. 


이 같은 승차감은 차체 강화와 전자 제어 가변 서스펜션(AVS)의 조합 덕분이다. 신형 ES는 뒷바퀴 서스펜션의 멤버 브레이스를 1장의 시트 구조에서 2장의 판을 맞춘 구조로 바꿔 강성을 높였다. 또한, 전자 제어 가변 서스펜션(AVS)은 도로 조건 및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쇼크업소버의 답력을 650단계로 나눠 감쇠력을 시시각각 조절한다. 그리고 전자 제어 브레이크 시스템의 제어 값도 바꿨다.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는 느낌을 위해서다. 


ES300h F SPORT는 코너를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차다. 평형을 유지하면서 정확하게 방향을 바꾼다. 정점이 두 곳 있는 긴 코너를 통과하며 스티어링 휠을 더 꺾어도 평형을 유지하면서 더 깊게 코너를 파고든다. 갑작스러운 기울임은 없다. 연이어 방향을 바꿀 때도 평형을 유지하며 재빠르게 움직이니 좋다. LC와 비슷한 성향이란 생각이 들었다. 


타이어는 미쉐린 MXM4로 앞뒤 모두 235/40R19다. 승차감과 종합적인 성능이 중요한 고급 세단이 주로 사용하는 모델. 그런데도 스포츠카처럼 자신 있게 코너를 통과할 수 있었다. 타이어가 부담스러워하는 소리가 들려도 문제없다. 급격한 방향 전환이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 차량의 움직임을 읽고 예측할 수 있으니 원하는 대로 달릴 수 있어서다. 


렉서스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움직임을 완성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운전이 즐거운 자동차는 ‘운전자의 의도를 충실히 따르며 선형적(Linear)으로 응답하는 자동차’다. ES 300h F SPORT를 통해 이들이 의도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앞으로 렉서스의 모든 모델에 반영될 것이다. 


편안한 성격을 강조하기만 해도 잘 팔 수 있는 차인 ES 300h에 F SPORT 등급을 더한 것은 렉서스의 변화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전진하고 있으며, 가장 보수적이어야 할 ES 또한 이렇게 좋아졌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이들은 자동차로 직접 증명하고 있다. 


이미 렉서스는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2020년, 렉서스는 ES를 바탕삼은 시제차로 차세대 구동계인 다이렉트 4를 선보였다. 전자식 네바퀴굴림 ‘E-Four’에서 발전해 앞뒤 구동력 배분을 100:0에서 20:80까지 조절한다. 주행 모드에 따라 앞바퀴굴림의 느낌도, 네바퀴굴림의 느낌도, 뒷바퀴굴림의 느낌도 낼 수 있다. 이 시스템이 차세대 ES에 적용되길 기대한다. 


ES 300h F SPORT의 가격은 7,110만 원. ES 300h 이그제큐티브의 6,860만 원보다 250만 원 비싸다. 이제는 F SPORT가 가장 비싼 트림이다. F SPORT와 이그제큐티브의 편의장비 구성은 상당수 같다. 주행 성능을 중시하면서도 고급스러움과 다양한 편의장비도 놓칠 수 없는 렉서스 마니아를 위한 구성이다.


물론 뒷좌석의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그제큐티브가 더 경제적이고 좋은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면 F SPORT를 사야 한다. 잘 달리는 작은 차를 졸업하고 준대형 세단을 사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면, ES 300h F SPORT는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렉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