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는 친환경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한편 디젤차는 마치 환경오염의 주범처럼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 NEF(New Energy Finance)의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보다 디젤차가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적다. 생산 및 운용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생기는 모든 온실 가스를 따지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개념에 따라서다.


이는 전기차의 생산 및 충전에 필요한 전력 상당수를 화력발전소에서 충당하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전기 SUV를 만들 때 500㎏ 가량의 배터리를 얹으면, 엔진차 대비 74% 많은 이산화탄소를 제작과정에서 배출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친환경 에너지로 공장을 굴리는 자동차 제조사라고 하더라도 외부에서 구입한 배터리의 이산화탄소 문제는 피할 수 없어서다.


가령 주요 배터리 생산 국가인 중국은 전체 전력의 7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한다. 배터리 생산 자체부터 상당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함을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전력 수급 방식은 전기차의 충전 및 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을 위해 전기차를 탄다지만, 석탄을 때워 만든 전기를 쓰기 때문이다. 




베릴스(Berylls Strategy)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전력 수급 중 40%를 석탄에 의존하는 독일에서, 전기차가 엔진차 대비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에서 앞서는 시기는 5만㎞ 주행 후다. 그런데 중국은 70% 이상을 의존하고 있으니 8만 7,500㎞ 이상부터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전기차는 당장 누릴 수 있는 이점이 크다. 당장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을 막을 수 있다. 도심 소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친환경차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급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더불어 자동차 제조사들 또한 전기차의 효율을 더욱 효과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임러의 차기 CEO인 올라 칼레니우스(Ola Kallenius)는 올해 파리모터쇼에서 “2030년까지 전기차의 수명주기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를 최대한 많이 운용할수록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다임러는 전기차 생산 과정에 드는 에너지를 최대한 줄일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을 연구 중이다.




우리 또한 에너지 수급 구조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공단이 발행한 2018년 편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지난 해(2017년) 총 2억 3,200만 5,000toe(석유환산톤, 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에너지를 사용했다. 석유가 1억 1,800만 1,000toe, 전력이 4,300만 7,000toe, 석탄이 3,300만 5,000toe였다. 




아쉬운 점을 하나 꼽으라면 석탄 발전량. 23만 8,919GWh(기가와트시)로 전체 전력생산량의 43.1%를 차지한다.(한국전력 기준) 에너지 사용도는 산업 61.9%, 수송 18.5%, 가정 및 상업 16.9%, 공공 및 기타 2.7% 순이었다. 대규모 산업 시설이 스스로 친환경 전기 생산 시설을 갖추도록 장려한다면 석탄 사용 비율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픽사베이, BMW, 다임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