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포츠카 브랜드인 케이터햄(Caterham) 자동차가 신차 ‘세븐 170’을 출시했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인 스즈키가 경차에 사용하는 660㏄ 터보 엔진을 얹은 모델이다. 


세븐 170의 출시 배경은 독특하다. 올해 4월, 일본의 VT 홀딩스가 케이터햄 자동차를 인수했다. 전 소유주인 말레이시아 투자자 그룹이 일본 딜러인 VT 홀딩스에 인수를 요청했다고. VT 홀딩스는 “슈퍼 세븐은 틈새시장용 모델이지만, 판매 실적이 안정적이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수요가 예상되어 인수했다”고 밝혔다. 자기가 팔던 자동차 회사의 주인이 된 셈이다.


세븐 170은 케이터햄 자동차가 새 주인을 찾은 뒤 내놓는 첫 모델이다. 2014년에 출시되었던 세븐 160의 뒤를 잇는 모델. 하지만 엔진만 바꾼 건 아니다. 무게도 줄였다. 그래서 역대 케이터햄 양산차 중 가장 가볍다. 세븐 170의 무게는 440㎏에 불과하다. 그만큼 높은 코너링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세븐 170의 길이×너비×높이는 3,100×1,470×1,090㎜다. 휠베이스는 2,225㎜다. 타이어 사이즈는 155/65R14.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라이브 리어 액슬 방식이다. 케이터햄은 “초기형 세븐의 개척자 정신을 지키고자 했다. 단순화와 경량화에 초점을 맞춰 작고 가벼운 차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세븐 170의 660㏄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85마력, 최대토크 11.8㎏·m을 낸다. 절대적인 출력은 높지 않지만 가벼운 차체에 이를 얹은 덕분에 1톤짜리 차에 193마력짜리 엔진을 얹은 것과 같다. 1톤짜리 차에 193마력짜리 엔진을 얹은 것과 같다. 한편 “세븐 170은 역대 케이터햄 모델 중 가장 환경친화적인 모델”이라는 케이터햄의 설명이 인상적이다. 


세븐 170은 170S와 170R의 두 가지 트림으로 나뉜다. 170S는 도로 주행에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수동 5단 변속기, 도로 주행 최적화 서스펜션, 14인치 실버 합금 휠, 대형 윈드스크린, 소프트탑, 도어, 검정 가죽 시트, 모모 스티어링 휠 등이 기본이다. 다른 선택 사양도 추가할 수 있다.


170R은 스포츠 주행에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수동 5단 변속기, 스포츠 서스펜션 팩, 14인치 알로이 휠, 에이본(Avon) ZT7 타이어, 레이스 시트, 4점식 하네스, 카본 대시보드, 모모 스티어링 휠,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LSD) 등이 기본 사양이다. 170S와 마찬가지로 다른 선택 사양도 더할 수 있다.


케이터햄 자동차의 그레이엄 맥도날드(Graham Macdonald) CEO는 “기존 모델인 세븐 160의 장점은 성능과 경쟁력 있는 가격이었다. 이번에 출시한 세븐 170은 기존 모델에서 더할 수 없던 장비들을 기본으로 달고 선택 사양도 늘렸다. 고객이 매우 만족할 구성이 되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세븐 170의 가격은 170S가 539만 엔(약 5,748만 원), 170R이 561만 엔(약 5,983만 원)이다. 요즘의 날쌘 자동차와 가성비를 비교하면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1957년 시작된 로터스 세븐의 전통을 잇는 모델이라는 점, 대체제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고 싶다. 서킷의 긴 직선 구간에서는 최고속도 시속 168㎞의 성능이 아쉽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코너에서는 즐거울 것 같다. 경차 등록 후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카트를 산다고 생각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케이터햄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