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자동차 제조사 FAW(제일자동차)가 롤스로이스의 디자인 담당 이사였던 자일스 테일러(Giles Taylor)를 영입했다. 그룹 내 럭셔리 브랜드인 홍기(红旗, 중국명 홍치)를 위해서다.




FAW는 1953년 설립된 중국의 첫 자동차 제조사다. 처음에는 소련에서 전수받은 기술로 트럭 등을 생산했다. 하지만 당시 중국 마오쩌둥 주석은 의전차도 자국차로 채우길 원했다. FAW에게 최고급 승용차를 생산하도록 지시해 홍기가 나왔다. 이후 시진핑 주석까지 중국의 국가 원수들은 모두 홍기를 탔다. 적어도 중국 내에서 홍기는 역사와 위상을 가진 브랜드다. 

그러나 시장에서 홍기는 힘을 쓰지 못했다. 과거와 달리 수입차 제조사들이 잔뜩 들어왔을 뿐더러 브랜드 딱지 떼고 보면 큰 이득이 없어서다. 내가 중국 부자라도 S-클래스를 사고 말겠다. 그래서일까? 지난 해 FAW는 홍기를 중국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체질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논외된 부분이 품질. 쉬류핑(徐留平) FAW 회장은 세계 정상급 자동차들의 품질에 맞춰야 한다며 홍기 모델의 평생 무료 AS 서비스 구축을 약속했다. 홍기는 2020년까지 8개 모델로 라인업을 꾸린다. 판매량 증가를 위해서다. 전동화(Electrification) 및 자율주행을 내세워 2020년까지 연간 판매량 10만 대를 달성하고, 2025년까지 30만 대를 노린다.

그는 홍기의 이미지를 ‘동방의 럭셔리’로 구축해 세계 시장을 노리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인의 입맛을 고려하는 ‘세계화’(Globalization)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FAW는 독일 뮌헨에 그룹 선행 디자인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자일스 테일러는 여기서 홍치 브랜드의 디자인 전략을 구축하게 된다. 



FAW는 그의 역할에 대해 “디자인 전략 및 개발 시스템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세계에 맞춘 현대적인 디자인 철학을 FAW 라인업 전체에 더하는 작업을 감독하게 된다. 여기에는 자율주행차도 포함된다”이라고 밝혔다.

자일스 테일러는 2012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롤스로이스에서 근무하며 신형 팬텀, 레이스, 던, 컬리넌 등을 디자인했다. 그는 새로운 차급의 모델을 앞세워 브랜드의 영역을 넓히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홍기 또한 빠른 브랜드 확장을 꾀한다. 롤스로이스에서 쌓은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무척 궁금해진다. 



그는 FAW에 정식으로 합류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FAW와 함께 새로운 경력을 쌓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중국차 브랜드인 홍기는 다양한 문화적 유산을 갖고 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때 적용할 수 있는 요소가 많습니다. 흥미로운 제품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쉬류핑 FAW 회장은 그의 합류에 대해 “세계화의 추세 아래에서 우리는 더욱 세계적이며 전문적인 팀이 필요하다. 중국 문화와 글로벌 문화를 결합하고, 현대적인 디자인과 과학기술을 융합할 것이다. 자일스 테일러는 홍기 브랜드에 대한 깊은 이해, 럭셔리카 디자인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 홍기의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도움을 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F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