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재규어는 미국에서 2,150대가 넘는 차를 팔았다. 그 중 I-페이스(PACE)는 237대. 미국 판매량의 11% 가량을 전기차로 채운 셈이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더 남아있다. 재규어는 전체 판매량의 20% 가량을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다. 남은 것은 배터리를 제 때, 적당한 가격에 공급받는 것이다. 




JLR(재규어-랜드로버)의 랄프 스페스(Ralf Speth) CEO에 따르면 I-페이스(I-PACE)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에서 수요가 있으며, 특히 독일에서의 수요가 많다고. 하지만 배터리 수급의 벽을 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는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대담에서 “전기차에 관한 문제라면 얼마나 많은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닌, 얼마나 많은 배터리를 살 수 있느냐에 걸려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수급은 전동화 과정에 있어 필연적인 문제다. 직접 배터리 생산 시설을 세우기에는 투자비용이 상당하며 위험도 크다. 그러나 배터리 제조사에서 공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다수 전기차가 등장하게 되면 배터리 수급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배터리 가격의 상승 여지도 있다. 




하지만 배터리 가격이 올라도 전기차의 가격을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의 값은 시장이 결정한다. 시장의 기대 가격, 또는 평균 가격에서 지나치게 큰 차이가 나는 차는 팔리지 않는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가 이익을 확보할 방법은 원가 조정뿐이다. 이를 위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JLR은 I-페이스를 시작으로 전동화 라인업을 늘린다. JLR의 이안 칼럼(Ian Callum) 디자인 디렉터는 뉴욕 모터쇼에서 2020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신차에 전동화 버전을 더할 예정이며 신형 모델에는 전기차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다양한 구동계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재규어 브랜드의 기함인 XJ 또한 2020년경 완전 신형 모델로 거듭난다. XJ의 전기차 버전의 등장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재규어는 전기차 라인업 확장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등장 가능성은 높다. 2018년 4분기 재규어는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 부진 및 라인업 전환 시기가 늦었다. 따라서 마진율이 높은데다 신형 모델인 전기차 I-페이스(PACE)의 판매에 집중하면서 전동화 모델로 반전을 노린다. 2020년부터 신형 모델이 연이어 등장한다면 승부수를 걸 수 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JL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