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신형 ES에 양산차로서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아우터 미러(Digital Outer Mirror)’을 단다. 이는 사이드 미러 대신 카메라를 달아 영상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거울이 없다는 의미로 미러리스(Mirrorless) 자동차라고도 부른다. 우선은 일본용 모델에만 먼저 적용하지만, 향후 전체 라인업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아우터 미러는 자율주행 시대 꼭 적용될 자동차 기술 중 하나다. 센서와 카메라를 합쳐 주변 상황을 더욱 자세하게 살필 수 있어서다. 또한 일반 주행에도 유리하게 쓸 수 있다. 카메라의 화각이 일반적인 사이드 미러보다 넓기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어서다. 

신형 ES의 디지털 아우터 미러는 양쪽 사이드 미러 대신 달린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A필러 쪽에 단 5인치 디스플레이에 띄운다. 디지털 캠코더로 뒤를 비추는 셈이다. 그래서 영상의 실시간 조정도 가능하다. 주행 중 방향지시등을 켜거나 후진 기어를 넣으면, 뒤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영상을 확대해 보여주는 기능을 담았다.



사이드 미러 대신 튀어나온 카메라 하우징의 디자인이 독특하다. 일반적인 사이드 미러에 비해 아주 얇은데 끝이 뭉툭하다. 렌즈를 깊게 숨겨 보호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또한, 렌즈에 물방울이 붙었을 때 생기는 시야 왜곡현상을 막기 위해 비가 들이치기 어려운 형태로 모양을 다듬어서다. 

실내 사진을 보니 A필러에 큼직하게 달은 스크린이 조금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누릴 수 있는 효과는 크다. 대표적인 부분이 연비와 정숙성이다. 커다란 거울 대신 작은 카메라를 달면 차지하는 면적이 줄어든다. 그만큼 공기저항이 줄어든다. 고속에서 생기는 풍절음을 줄여 정숙성을 높이는 한편, 연비도 5% 가량 개선할 수 있다.




현재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을 보조 장비로 사용하는 자동차들은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혼다 센싱의 경우 오른쪽 사이드 미러 아래에 후방 카메라를 달아, 방향 지시등을 켜면 뒤를 비춘다. 캐딜락은 리어 뷰 미러에 디지털 기능을 더했다. 카메라로 뒤를 비출 경우 일반 거울 대비 3배나 시야가 넓어진다. 

그러나 위의 기능들은 거울에 추가한 보조 수단이다. 온전히 거울을 제외한 신형 ES는 이제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이 더 이상 보조수단에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편, 국산차도 곧 미러리스 시스템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유럽 경제 위원회 차량 규제 조화 포럼’(WP29)는 카메라 영상이 거울과 같은 화질을 제공하는 경우 사이드 미러를 없앨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해당 기준 정비를 마친 상태. 우리 또한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을 이용한 간접 시계장치의 설치’를 허용한 바 있다. 기아 K9의 사이드 미러 카메라 시스템이 좋은 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렉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