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8의 생산 종료일이 2020년 4월로 정해졌다. 6년 만의 작별이다. 


BMW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스포츠카 i8의 생산을 종료할 계획을 밝혔다. 최종 한정판인 ‘울티메이트 소피스토 에디션’(Ultimate Sophisto Edition) 200대의 생산을 마치면 i8은 역사의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i8은 전동화 시대에도 BMW가 추구하는 ‘운전의 즐거움’은 계속될 수 있음을 증명한 모델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 처음과 끝을 돌아보자. 


2009년, BMW는 프랑크푸르트 국제 모터쇼에서 ‘비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Vision Efficient Dynamic) 콘셉트를 공개했다. BMW가 추구하는 운전의 즐거움, 지속 가능성, 미래적 디자인이라는 여러 매력을 하나로 묶은 콘셉트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4년 만인 2013년, BMW는 전기차 i3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을 선보이며 관심에 화답했다. 


BMW i8은 아주 독특한 스포츠카였다. 최고출력 231마력의 직렬 3기통 1.5L 터보 엔진으로 뒷바퀴를 굴리고, 131마력짜리 전기모터로 앞바퀴를 굴렸다. 공차중량이 1,590㎏에 불과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4초 만에 가속했고, 최고속도는 시속 250㎞에 달했다. 하지만 PHEV 구동계 덕분에 전기차 모드로 35㎞ 가까이 달릴 수도 있었다. 


특히 BMW는 i8을 만들며 자동차 제작 기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BMW는 i3, i8 등 차세대 전동화 차량의 차체 구조에 카본 파이버 강화 플라스틱(CFRP)을 잔뜩 적용했다. 이는 차체 구조 개선과 더불어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것. BMW는 “개발, 설계, 생산, 사용, 재활용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려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i8을 처음 접한 때의 충격이 기억난다. 당시 나는 i8을 ‘새로운 시대의 퍼포먼스’라고 불렀다. 가속력, 강렬한 소리 등 퍼포먼스로 사람을 압도하진 못하지만, 안정적이면서도 균형미 뛰어난 주행 감각이 인상적이었기 때문. 게다가 전기 모드로 움직일 때면 참 조용했다. 그래서 “슈퍼카 감각을 내고는 있지만, 친환경 명제 아래 만든 똑똑한 자동차”라고 평했었다. 


BMW는 i8로 수많은 상을 받았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올해의 엔진상에서 매년 한 개 이상의 상을 받았고, 각종 자동차 매체의 상을 받았다. iF 디자인 및 레드닷 등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i8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17년에는 i8 로드스터를 라인업에 추가하면서 전기 모터와 함께 즐기는 오픈 에어링의 맛을 널리 알렸다. 


BMW는 i8을 통해 무엇을 이뤘을까? 독일의 프리미엄 3사 중 가장 먼저 전동화에 뛰어들어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한 것은 확실하다. BMW는 i8이 전동화 스포츠카 시장에서 몇 년 동안 50%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했으며, 2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거둬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카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i8의 진짜 의미는 ‘전동화 시대에도 BMW는 여전히 운전의 즐거움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아니었을까? 향후 i8은 클래식카로 대접받을 것이다. 2010년대의 우리가 꿈꿨던 미래를 증명하는.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B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