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은 실리를 중요시 하는 자동차 회사다. 시작부터 그랬다. 첫 차는 소형차, 두 번째 차는 승합차였다. 두 대의 차급은 비교하기 어려웠지만, 설계 요령은 비슷했다. 차체 뒤에 엔진을 두고 뒷바퀴를 굴리는 구조를 응용한 것. 첫 번째 차의 이름은 타입 1. 별명은 ‘비틀’.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두 번째 차의 이름은 타입 2. 별명은 ‘불리’.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들의 인기 비결이라면 간결한 구성과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 아닐까? 요즘의 폭스바겐 또한 실용적이고 간결한 구성을 고집한다. 가령 타입 2는 ‘트랜스포터’, ‘캘리포니아’ 등 여러 이름을 달고 지금까지 세대를 거듭해 판매중이다. 1세대 모델의 귀여운 맛은 사라졌지만, 효율성을 중시한 간결한 구성의 매력은 여전하다. 그런데, 포르쉐에게 이 차를 맡기면 어떻게 될까?


정답은 초고속 승합차다. 속도밖에 모르는 바보… 포르쉐는 3세대 트랜스포터를 개조해 ‘포르쉐 B32’라는 스페셜 모델을 만든 적이 있다. 판매한 적은 당연히 없다. 시제차를 포함해 불과 15대만 만든 환상의 승합차랄까? 


1985년, 포르쉐는 자사의 기술을 응집한 슈퍼카 ‘959’로 파리-다카르 랠리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험로로 가득한 사막을 돌파하면서 포르쉐가 새로 만든 네바퀴굴림 시스템의 실력을 자랑하기로 한 것. 다카르 랠리는 며칠에 걸쳐 계속 차를 수리하며 달리는 경주. 따라서 959에 발맞춰 지원팀이 이동하려면 ‘충분히 빠른 지원 차량’이 필요했다. 


다만 당시의 포르쉐에는 넓고 큰 차가 없었다. 그래서 폭스바겐의 3세대 트랜스포터를 개조했다. 911 카레라의 최고출력 231마력짜리 수평대향 6기통 3.2L 엔진을 얹은 것. 당시 트랜스포터 기본형이 50마력(1.6L 공냉식)에서 60마력(1.9L 수냉식) 정도의 힘을 냈고, 최상위 모델도 112마력(2.1L)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튜닝이다. 


엔진을 바꾼 타입 2는 엄청나게 빨라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8초 만에 가속했고, 최고속도는 시속 185㎞에 달했다. 빨라진 만큼 약간의 보강도 더했다. 서스펜션을 개선하고, 브레이크도 더 강력한 포르쉐용으로 바꿨다. 휠은 911에 사용하는 푹스(Fuchs)로 바꿔 엔진 바꾼 티를 냈다. 


다만 포르쉐 B32는 양산에 이르지 못했다. 만들기에 너무 비쌌을 뿐더러, 소량 생산하더라도 부품 유지 및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컸을 것이다. 게다가 승합차의 본질은 승용차와 다르다. 승합차는 돈을 버는 자동차다. 아무리 포르쉐라고 하더라도 이런 차를 팔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 튜닝 시장의 경우 포르쉐 B32를 따라 만든 차는 종종 볼 수 있다. 폭스바겐 타입 2(T3) 소유자들이 구형 911의 엔진을 구해 교체하는 경우다. 지금이라면 아주 매력적인 튜닝이 아닐까? 포르쉐 특유의 엔진음인 ‘포르쉐 노트’를 들으며 6명이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차는 이 차 밖에 없을 것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포르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