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강화할 전망이다. 그런데 영 불안하다. <로이터>는 “현대차가 중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동남아시아에 판매할 계획이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남는 생산가용량을 동남아 시장에서 해결하겠다는 계산일테다. 기대했던 중국 시장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니 장기전을 위한 ‘한 수’가 될 순 있다. 하지만 엄청난 준비가 필요할 테다.





현대차는 중국에 집중했고 한창 잘 나갔다. 2016년 중국에서 114만대를 팔았다. 2017년 충칭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150만대를 생산한다는 장밋빛 꿈도 꿨다. 그런데 사드 보복이 터졌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추가 투자까지 진행했는데 최악의 상황이 됐다. 현대차는 2017년에 78만5,000대를 팔았다. 올해 목표는 90만대. 생산가용량이 한참 남는다.


올인은 위험하다. 현대차에겐 시장 다각화가 절실하다. 한편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자동차는 어떻게든 차를 많이 만들어 돈을 벌고 싶어 한다. 두 회사 사이의 필요가 맞물린 데다, 중국 정부의 자국생산차 수출 장려 정책이 힘을 보태서 중국산 현대차를 동남아에 보내기로 결정하지 않았나란 생각이다. 빠르면 올해 말부터 시장 공략을 시작할 예정이다.


동남아 시장은 경제 성장과 함께 빠른 판매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주도하는 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 판매량은 약 330만 대 정도 될 전망이다. 국가를 나눠 분류하면 인도네시아가 약 110만 대, 태국이 약 80만 대 정도다. 



하지만 동남아 시장도 절대 만만치 않다. 빠르게 진출해 절대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일본차 회사들과 정면 대결에 나서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 테다. 일례로 태국, 인도네시아의 일본차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프로톤, 페로두아 등 자국 브랜드가 2개 있는 말레이시아에서도 일본차의 점유율은 40%를 넘보는 수준이다.


현대차가 동남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특출한 장점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야 현대차가 잘 팔린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실내공간이 더 넓고 편의장비도 많아서 가성비가 좋은 건 사실이니까. 조금은 지겨워진 탓에 수입차를 돌아보다가도 AS를 생각하면 다시 현대차로 맘이 기운다. 하지만 현대차가 수입차가 되는 해외에서는 이런 이점이 없다.


그런 이점 없이 현대차를 산다는 생각을 해보니 선뜻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동남아 시장은 이미 일본차가 상당한 점유율을 자랑하는 상태. 따라서 시장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현대차를 사고 싶어지는, 사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서둘러선 안 된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