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신형 IS를 위한 신발을 만들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사이버 운동화’ 전문 브랜드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왜 렉서스는 신형 IS와 신발을 묶었을까? 이는 신형 IS와 함께 내세운 주장 때문이다. 렉서스는 더 좋은 자동차 개발을 위해 산과 임야를 깎아 전용 시험 주로를 만들었다. 차세대 렉서스의 주행 성능을 다듬기 위한 큰 투자였다. 그리고 “한계를 넘어서려면 올인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이후 여기서 따온 ‘올인 캠페인’을 만들고 한 분야에 올인한 열정적인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진행 중이다. 브랜드와 모델 정체성에 ‘열정’, ‘전문성’이란 색깔을 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들이 주목하는 전문성의 방향이 인상적이다. 프로게이머처럼 신형 IS의 실내를 게임 공간처럼 꾸미더니 이제는 디지털 패션 전문가들과 손을 잡았다. 신형 IS를 위한 신발을 만든 ‘RTFKT’는 디지털·사이버 의류 브랜드다. 이들은 게임과 운동화(스니커즈) 문화를 융합하는 디자이너 집단임을 자처한다. 150명 이상의 3D 아티스트와 협력해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의류를 만든다. 

인상적인 점은 이들이 ‘가상 의류’를 판다는 것이다. 때로는 실물이 있는 제품도 만들지만 이들의 주력 상품은 특정 테마로 한정 판매하는 ‘사이버 운동화’다. 디지털 상품으로 소장할 수는 있어도 신을 수는 없다. 그런데 잘 팔려 웃돈을 얹어 되팔 정도다. 온라인 게임 아이템과 관련해 이해하면 쉽다. 

게임에서는 환금성이 없는 장식용 아이템을 낮은 확률로 뽑는데도 돈을 낸다. 그런데 RTFKT의 가상 의류는 운이 좋으면 비싼 값에 되팔 수 있는 아이템을 바로 살 수 있으니 돈을 낸다. 되팔기가 심각한 수프림(Supreme)과 같은 시장 형성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디지털 패션이란 새로운 시장을 보는 패션 산업계에서도, 되팔아 돈을 벌고 싶은 투자자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그럼 RTFKT와 손을 잡은 렉서스의 의도는 무엇일까? 젊은 층의 지지율 증가다. 신형 IS의 실내를 게임 공간으로 꾸민 것은 고성능 디지털 제품 정보에 민감한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디지털 신발은 유행의 첨단을 걷는 이들에게 신형 IS의 이미지를 전할 계기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가 아닌 다른 상품에서도 브랜드, 모델의 정체성을 알아챌 수 있도록 하는 것.


렉서스의 의뢰를 받은 RTFKT 팀은 운동화 곳곳에 신형 IS의 느낌을 담았다. 타이어를 닮은 밑창, 스핀들 그릴 모양의 고무, 헤드램프에서 영감을 받은 은색 스트라이프, F SPORT 로고, 렉서스 배지 등을 달고 신형 IS의 파란색과 비슷한 색깔을 입혀 마무리했다. “모든 복잡한 디자인 요소를 한데 아울렀어요. 사람들이 봤을 때 바로 렉서스 IS임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RTFKT 팀이 밝힌 내용이다. 


렉서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브랜드와 모델을 녹여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라고 꼭 자동차 관련 분야에서만 활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 고객의 관심 분야에 뛰어들어 같이 문화를 즐겨야 한다. 자동차와 관련이 없는 분야의 경험마저도 소비자가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렉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