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신형으로 거듭난 토요타 수프라(Supra)가 돌아온다. 출시까지 1년을 앞둔 지금은 경주차 사양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홍보 중이다. 8월에는 위장막 씌운 모델로 영국의 굿우드 페스티벌(Goodwood Festival of Speed)에 참가해 언덕길을 달렸다. 




토요타는 이를 “전설의 귀환”이라 부르며 5세대 수프라에 대한 자료를 일부 공개했다. 이 중에는 신형 수프라(Supra)의 치프 엔지니어 타다 테츠야(多田哲哉)와 나눈 인터뷰도 있다. 해당 자료들을 정리해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직렬 6기통 엔진의 특성인 균형감을 살린 주행 감각을 고집했어요. 운전자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자동차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신형 수프라의 치프 엔지니어인 타다 테츠야의 말이다. 그는 86의 치프 엔지니어였으며 현재는 토요타의 스포츠 차량 총괄부를 맡고 있다. 앞으로 등장할 신형 MR2, 차세대 86 또한 그의 검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레이싱 콘셉트도 만들어 경주에 뛰어드는 등 수프라의 개발 대부분은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토요타는 2019년에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는 최종 점검 중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빠른 개발이 특징인 토요타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2012년부터 개발을 시작했으니 거의 6년 이상을 쏟은 셈이다. 

타다 테츠야 치프 엔지니어는 “일반적인 개발 주기는 3년이지만, 수프라 프로젝트는 무조건 성공해야하기에 오랜 시간을 들였다”고 밝혔다. 한편, 차급은 다르지만 86을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토요타는 새로 86을 만들기 전까지 오랫동안 스포츠카를 만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따라잡아야 할 과제들도 상당히 많았었죠. 하지만 수프라는 달라요. 86에서 쌓은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높은 수준에서 시작할 수 있었죠.”

토요타는 86, 수프라를 포함해 3가지의 스포츠카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3번째 모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MR2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이들 중 수프라가 최상위 모델인만큼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압도적일 필요가 있다. 차체 강성을 86의 두 배 가까이 올린 이유다. 

“탄소 섬유를 사용하지 않고서 렉서스 LFA와 같은 수준의 강성을 달성했어요. 개발 중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수프라는 86보다 무게 중심이 낮아요. 트레드는 더 넓은데 휠베이스는 짧지요. 많은 분들이 놀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명확한 비율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습니다. 목표한 균형을 잡을 수 있었어요.”



한편, 치프 엔지니어로서 그의 고민은 수프라를 기다려온 마니아들이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벌어진만큼 과거의 수프라와는 엄청나게 다른 자동차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는 열린 자세로 역대 수프라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고 자신한다. 많이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하더라도 모든 부분을 솔직히 평가받고 싶다고. 

신형 수프라의 성능 등 제원은 아직 상세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5세대 모델 또한 직렬 6기통 엔진을 얹고 뒷바퀴를 굴린다. 디자인은 4세대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 보자마자 정체성을 알아챌 디자인을 바랬다고. 목표는 해당 세그먼트에서 가장 몰기 즐거운 자동차가 되는 것이다. 




“지금 자동차 업계에선 자율주행, 전동화, 인공지능 등이 화제의 중심입니다. 규제도 엄격해지고 있고 감성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혹시나 신형 수프라가 순수한 가솔린 엔진의 관능적인 소리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토요타 자동차가 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오랜만에 등장하는 수프라를 즐겨주세요. 만일 30년 후에 만나게 됐을 때 수프라는 좋은 차였어라고 회고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 수프라는 무슨 차?




수프라는 토요타의 스포츠카 역사를 보여주는 모델 중 하나다. 계보를 따라가다보면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어서다. 심지어 포드 머스탱도 약간 관련이 있다. 1964년 등장한 머스탱이 젊은이들을 위한 적당한 가격의 스포츠카로 엄청난 인기를 끌자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경쟁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970년, 토요타는 셀리카(Celica)를 출시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닛산은 1년 앞선 1969년에 Z-카 프로젝트의 시작점인 240Z(페어레이디 Z)를 출시해 인기를 얻는데 성공했다. 적절한 가격, 매끈한 디자인을 앞세운 덕이다. 이후 1978년에 토요타는 셀리카 라인업 강화를 위한 상위 모델인 ‘셀리카 수프라’를 출시했다. 수프라의 시작점이다. 



1세대 수프라는 셀리카를 바탕 삼아 만든 상위 모델에 그쳤다. 2세대도 마찬가지. 하지만 1986년 등장한 3세대부터 독립 모델로 분리되면서 온전한 GT(Grand Tourer, 장거리 여행이 가능한 고성능 자동차를 뜻한다)로 거듭났다. 셀리카를 저렴한 입문용 스포츠카로, 수프라를 GT로 나눈다는 전략 덕분이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모델은 1993년 등장한 4세대 모델(코드명 A80). 영화 <분노의 질주>에서 폴 워커의 애마로 등장해 주목받았다. 그런데 정작 이득은 못봤다. 단종 이후 영화가 나와서다. 1998년, 토요타는 판매 하락을 이유로 미국 시장에서 수프라의 판매를 중단했다. 영화 속 멋진 모습에 반했어도 정작 살 수가 없어 중고차값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본에서는 2002년까지 생산했지만 환경규제 강화를 이유로 단종했다. 2007년에 5세대 모델을 예고하는 듯 FT-HS 콘셉트를 선보였지만 행동에 옮기진 않았다. 복귀설이 불거진 때는 2014년. 토요타가 FT-1 콘셉트를 선보이면서다. 수프라의 후속으로 점쳐지는 해당 콘셉트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고, 토요타는 기다렸다는 듯 양산을 확정지었다. 

신형 수프라는 2011년부터 시작한 BMW와 토요타의 기술 제휴를 통해 개발됐다. 공동 개발을 통해 BMW는 Z4 후속을, 토요타는 수프라를 내놓기로 한 것. 서로 다른 문화를 갖춘 두 기업의 만남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지 궁금해진다. 서로의 장점을 살리되, 저마다 다른 느낌을 더했다면 금상첨화겠다. 




한편, 토요타에겐 수프라 외에도 스포츠카 1대가 더 남아있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재미있는, 더 좋은 차’ 공약에 맞춰 스포츠카 라인업 재구축을 약속했다. 86, 수프라, MR2의 3단 조합이 예상된다. 작은 뒷바퀴굴림 스포츠카, 그랜드 투어러, 미드십 스포츠카라는 구성에 욕심이 난다. 시대를 풍미한 모델을 되살린다는 역사성도 있다. 화끈한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동영상 토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