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가 산꼭대기에 레스토랑을 세웠다. 중동에서 신형 컨티넨탈 GT를 출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장소는 아랍 에미리트 연합(UAE)의 제벨 자이스(Jebel Jais) 산이다. 해발고도 1,934m로 현지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자동차 마니아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매끄럽고 코너가 많아 여러 자동차 방송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벤틀리 레스토랑은 영국, 아랍, 벤틀리라는 세 가지 테마를 담았다. 아랍의 전통 텐트처럼 조립식 건물을 짓고, 실내는 벤틀리 스타일에 맞춰 엄선한 고급 가구로 아늑하게 꾸몄다. 벽면과 테이블 등 곳곳엔 그들의 역사를 상징하는 소품을 뒀다. 무엇보다 산 아래로 보이는 풍경이 으뜸이다. 




요리사는 영국 맨 섬(Isle of Man) 출신인 콜린 클로(Colin Clague)다. 1965년생인 그는 어머니로부터 요리를 전수 받았다. 현지 농산물의 중요성, 계절에 맞는 요리의 특색 등을 배웠다고. 그는 유럽과 중동에서 경력을 쌓았다. 두바이의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 주마(Zuma) 등 주요 레스토랑에서 활약했다.




콜린 클로는 재료 중심의 요리를 한다는 평을 받는다. 단순함과 기교를 더해 독창적인 풍미를 끌어낸다. 그는 벤틀리와의 협업을 위해 새로운 메뉴를 준비했다. 영국과 아랍의 특징을 골고루 담은 5코스 정찬인데, 벤틀리의 럭셔리, 성능, 전통, 레이스 역사 등 각종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협업 소감을 밝혔다. “영국의 아이콘인 벤틀리와 함께 일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누비며 많은 주방에서 일해 봤지만, UAE에서 가장 높은 산에 자리한, 독립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해본 적은 없었지요. 절대 잊지 못할 순간이라 확신합니다.”




벤틀리는 고객에게 진정 특별한 경험을 안기는 한편, 그들이 추구하는 럭셔리의 수준을 보여주기 위해 레스토랑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경험을 통한 전달이다. 자동차 회사에게 있어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고객에게 전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히 럭셔리와 같이 추상적인 개념은 더욱 그렇다. 




따라서 벤틀리는 경험과 시각화를 택했다. 2011년에는 런던 레스토랑 모시만스(Mosimann’s)에 비밀 장소를 만들었고, 2012년에는 스타우드 호텔과 손을 잡고 특별하게 실내를 꾸민 스위트 룸을 개장했다. 곳곳의 인테리어를 보니 이들이 추구하는 럭셔리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이번의 ‘고급 레스토랑’도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여행 삼아 가볼 수는 없기에 아쉽다. 산 위의 레스토랑은 단 1주일만 한정 개장하기 때문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벤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