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GS’(그랜드 투어링 세단)의 생산을 2020년 8월에 종료한다. 후속 모델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27년만의 단종이다.


GS는 1993년 첫 선을 보였다. 대한민국에 정식 수입된 해는 2001년. 2세대 모델부터다. 편안하고, 조용하며, 준수한 주행 성능을 앞세워 3세대 모델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현행 모델은 2016년 등장한 4세대 페이스리프트. 2012년 등장한 4세대 GS는 렉서스를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인 ‘스핀들 그릴’을 가장 먼저 적용한 모델이었다. 


GS는 퍼포먼스에 관심 많은 렉서스 마니아들의 자동차였다. “GS는 4세대에 걸쳐 주행의 즐거움과 우수한 승차감의 양립을 이어왔습니다. 운전자가 뜻대로 자동차를 다루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을 추구했죠.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도로에서 100만㎞ 이상을 달리며 다듬어 만들었습니다.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철저하게 단련한 주행 성능은, 수치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감성적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가치 제공을 위한 것이었어요.” 렉서스의 자평이다. 


그런 GS를 왜 단종했을까? 렉서스 안에서 살펴보면 다른 모델들이 너무 강했다는 데에서 이유를 찾는다. GS와 가격대가 비슷한 RX는 아주 잘 팔린다. SUV 시대에 세단을 찾는 이도 줄었다. 또 다른 이유는 ES. 준대형 세단을 원하지만 퍼포먼스에 큰 관심이 없다면 GS350 대신 ES300h가 더 좋은 선택이다. GS가 더 높은 급의 모델이라지만 ES300h 상위 트림과 비슷한 가격에 터보 엔진의 GS300을 고르기엔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고효율에 미련이 남을 것이다.


렉서스는 GS의 작별 인사로 특별 사양인 ‘이터널 투어링’(영원한 여행) 에디션을 내놓기로 했다. F SPORT 트림을 바탕삼아 스핀들 그릴, 알루미늄 휠, 도어 미러, 리어 스포일러를 검게 칠하고, 브레이크 캘리퍼는 오렌지 색깔로 칠했다. 실내는 알칸타라와 카본 패널로 꾸미고 곳곳에 붉은색 가죽을 입혔다. 점잖은 GS에 스포티한 감각을 잘 입혀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퇴장이라지만 GS의 단종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가격만 따지면 ES와 LS의 간극은 NX와 RX가 채울 수 있다지만 감성의 간극은 채우기 어렵다. 그래서 전기차 시대에 렉서스가 GS의 후배를 내놓으리라고 본다. 전기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는 합리가 아닌 감성을 내세운다. 쿠페형 세단, 날씬한 크로스오버 등 저마다 독보적인 디자인과 가치를 내건다. 렉서스 또한 전기차 시장에서 쿠페형 세단을 내놓지 않을까? 한편, 렉서스 인터내셔널 사토 코지(佐藤 恒治) 회장은 GS의 단종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4세대 GS의 개발에는 토요다 아키오 회장이 마스터 드라이버로 참여했어요. 정말 재미있는 자동차를 만들고, 이를 향후 렉서스의 방향으로 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GS는 우리가 좋아하는 차를 만들어 고객께 제공한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 만든 차에요. 자동차 제작 방식에도 커다란 변화를 끼쳤죠. 렉서스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모델입니다. GS의 마지막 에디션에 영원한 질주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이는 GS의 단종 후에도 그랜드 투어링에 대한 집념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마음을 담은 것입니다. 앞으로도 렉서스는 자동차가 주는 즐거움과 기쁨을 계속 제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진화할 거예요.”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렉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