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진, 태풍, 호우 등 자연재해가 종종 일어나는 나라다. 따라서 재해에 대비한 물건 수요가 높다. 수동 레버를 돌려 충전하는 비상 라디오, 부탄 가스를 이용하는 발전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해 상황에서는 전력 공급이 상당히 중요하다. 폭염과 같은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가전 제품은 대부분 전력이 필요하다. 가령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다면 노인의 열사병 방지에 도움이 된다. 현재 가장 강력한 구조요청 도구인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재해 상황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일본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상용 전원 확보가 줄곧 논의에 오르는 이유다.


따라서 요즘 전기차나 수소차는 전력 공급 장비를 주요 기능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재해 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토요타 자동차 큐슈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비상 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비인 ‘Re-Q’의 판매를 시작했다.


Re-Q라는 이름은 구조를 뜻하는 영단어 ‘ResQue’(레스큐)에서 따왔다. 토요타 프리우스 3세대 모델에 장착해 엔진이 만드는 전기를 끌어 쓸 수 있다. 길이×너비×높이는 420×205×220㎜. 무게는 9㎏다. 능력은 3.0kW로 3세대 프리우스의 연료를 가득 채웠을 때(45L) 최대 80k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Re-Q의 가격은 25만 3,000엔(약 263만 원)이다. 지방 자치 단체 및 기업 수요를 노린 제품이다. 개인 고객 입장에서도 구매할 가치는 있다. 작아서 자동차에 넣고 다닐 수 있느니 비상 상황 시 피난처에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단, 엔진을 가동한 상황에서만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에 공회전 연료 소비량을 고려하면 장기 사용에 한계가 있겠다.


토요타 큐슈는 월 100개 생산 체계를 갖추고 지방자치 단체 공급을 시작한다. 대피소에서 가전 제품을 이용하기 위한 전원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후 적용 대상 차종과 판매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자연재해가 적다. 다행인 일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자연 재해는 언제 어디서나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 우리 또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전원 공급 기능을 더해도 좋지 않을까? 엔진을 돌려 전기를 얻는 방안이 효율이 떨어질 순 있어도, 갑작스러운 재해 상황에선 가장 유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셔터스톡, 일러스트ac, 각 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