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가주 레이싱이 ‘랠리 챌린지’를 시작했다. 일본 내 12개 지역의 산길을 달리는 아마추어 레이스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이전부터 사용한 경주용 가명인 ‘모리조’로 출전해 GR 야리스를 탔다. 또한 ‘신인 레이싱’ 이란 팀을 만들어 86 클래스에 신인 레이서를 내보냈다. 정체는 토요타 자동차의 하야카와 시게루 부회장. 계속 신인들을 출전시킬 전망이다. 


1회성 활동은 아니다. 토요타는 자동차 마니아 확보에 공을 들인다. 랠리 챌린지 또한 아마추어 참가자를 위한 것.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랠리’를 주제로 정기적인 연습 주행을 진행한다. 참가 가능한 폭도 넓다. 클래스를 나눠 프리우스 C 같은 하이브리드 소형차로도 경주에 나갈 수 있다. 단, 사고에 대비해 롤케이지(전복 사고 대비용 보호틀), 랠리 타이어, 견인 고리, 소화기, 4점식 안전벨트 등 안전 장비를 갖춰야 한다. 


토요타는 왜 동네 레이스를 열까? ‘언행일치’를 통한 브랜드 호감 형성은 분명해 보인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더 재미있는, 더 좋은 차를 만들자”고 말해왔다. 그리고 회장, 마스터 드라이버, 레이서 활동을 병행하며 86, 수프라, GR 야리스 등 재미있는 차를 내놓았다. 그는 레이스 경험을 통해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번에 등판한 하야카와 시게루 부회장은 모터스포츠 비경험자였다. 토요다 아키오 사장의 코드라이버(랠리 시 주행 경로를 지정하는 사람)를 하면서 배웠다. “랠리를 시작한 건 환갑이 지나서였죠. 장거리 주행은 힘들 구나, 운전이 서툴러지나 생각할 무렵이었습니다. 그런데 랠리를 시작하니까 운전이 즐거워졌습니다. 천천히 달리면서도 자동차의 상태, 주행 상황을 계속 생각하게 되었죠. 제대로 배운 덕분에 운전자로선 젊어진 기분도 듭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자동차가 있어야 계속 차를 몰고 싶어질 테니 일에서도 이 경험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토요타에게 있어 랠리 챌린지는 몇 가지 이점이 있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 경영진의 경험 다각화, 마니아 확보다. ‘동네 레이스’는 지역 기반의 자동차 마니아를 모을 기회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참고할 사례다. 가령 경상도에 거주하는 자동차 마니아들은 레이스를 위해 용인, 인제, 영암 서킷까지 먼 길을 간다. 만일 대구, 울산, 포항, 부산 등 지역 랠리가 열리면 어떨까? 접근성이 좋으니 지역 자동차 마니아들이 한 데 모이는 축제가 될 수 있다. 


이는 특산물 축제 등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자는 산길이나 폐도로에 폐타이어 등 방호벽을 임시 설치해 타막 랠리, 힐클라임(언덕길 오르기), 드리프트 축제를 개최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단순한 대회 개최에서 더 나아가 가족과 아이들이 체험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갖추면 가족 나들이로 이어질 수 있다. 전동 카트 체험, 미니카 조립 대결, 주니어 캠퍼스, 가족 여행 안전 체조, 어린이용 전동차 체험, 전기차 시승, 운전 시뮬레이터 체험 등 꾸릴 수 있는 것은 많다. 


자동차는 탈것이다. 보는 재미에 이어 ‘타는’ 재미를 안겨야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축구와 비교하면 쉽다. 손흥민 경기 중계를 보며 열광하다가 사회인 축구에 입문한다면? 거주 지역의 동호인 팀을 찾아 지역에서 함께 활동한다. 그런데 자동차 경주는 거주 지역 활동이 운에 달렸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 풀뿌리 자동차 경주가 필요한 이유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토요타 가주 레이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