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깊은 맛. 이는 렉서스가 신형 ES에 담은 감성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 운전 후 내리기까지 운전자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렉서스의 자동차를 조율하는 타쿠미(匠, 장인을 뜻하는 일본어) 이토 요시아키(伊藤 好章)는 신형 ES의 주행감각에 대해 “깔끔하고 깊은 맛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깔끔함. 부드럽고 안정적인 움직임이 주는 편안함을 깊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트에서는 어떻게 깔끔하고 깊은 맛을 낼 수 있을까? 7세대 ES의 시트를 책임진 카와노 타케시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앉아보시면 허리를 완전히 받쳐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운전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깔끔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운전을 하다보면 관성 때문에 몸이 쏠립니다. 그런데 어떤 방향으로 몸이 쏠려도 시트가 든든하게 잡아주니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요. 여기서 오는 안정감을 깊은 맛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신형 ES의 시트 개발에는 3년이 걸렸다. 모두가 편안하게 탈 수 있는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의 몸은 저마다 다르다. 렉서스가 팔리는 국가별 평균 신장만 따져봐도 차이는 뚜렷하다. 평균에 맞춰 만들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렉서스의 좌석을 담당하는 마에자와 신은 개발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7세대 ES의 시트 개발은 엔지니어, 부서장, 타쿠미, 최고 경영진 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였어요. 다양한 체형을 연구하며 고민했어요. 신체적 차이에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어떤 사람이 타도 최고의 럭셔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ES의 시트는 철제 프레임에 폴리우레탄 폼을 더한 간단한 구조다. 하지만 많은 디테일이 숨었다. 엉덩이가 닿는 부분은 평평하다. 대신 옆의 쿠션이 몸을 단단히 잡아준다. 그런데 완전히 평평한 건 아니다. 키가 작은 사람들을 위해서다. 쿠션 윗부분에 살짝 굴곡을 주고, 안에는 부드러운 소재를 얇게 입혔다. 운전자의 무게로 변형되며 시트에 꼭 맞춰 앉는 자세가 된다.




렉서스의 시트를 만드는 이들에게 시트란 무엇일까? 7세대 ES의 시트를 맡은 카와노 타케시, 마에자와 신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시트는 자동차의 많은 부품 중 하나죠. 하지만 운전자, 승객과 계속 접하며 몸을 지키는 유일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좋은 시트는 내구성이 뛰어나며 편안해야 해요. 운전자가 알아챌 수 있도록 자동차의 움직임은 전달하되, 불쾌한 진동은 전하지 말아야 하죠. 이런 반대되는 특성들 사이에서 조화를 찾는 것이 렉서스의 철학입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지만, 시트 디자인을 즐거운 도전으로 여길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지요.”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렉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