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쌍용차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접수했다. 쌍용차는 약 600억원 규모의 해외금융기관 대출원리금을 연체한 상황. 쌍용차는 만기연장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해당 채무를 상환할 경우 사업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어 불가피하게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회생절차 신청을 바라보는 마음이 복잡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상황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지만, 쌍용차의 실책이 없었다고 할 수도 없어서다. 티볼리로 재기의 발판을 만들었지만, 후속 모델이 미흡했다. 티볼리의 성공 공식을 이어가고 싶었던 것인지 G4 렉스턴과 코란도에도 티볼리 같은 얼굴을 입혔다. 


디자인이 좋다고 평가받았던 구성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었겠지만 한 번 써먹은 방법이 계속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지나친 패밀리 룩은 피로감을 부른다. 특히 코란도가 아쉽다. 2015년 등장한 XAV 콘셉트는 지금에도 통할 시대를 뛰어넘은 디자인을 자랑했다. 그렇게 멋진 디자인을 만들어 놓고 써먹지 못한 건 분명한 실책이다. 


하지만 새로운 투자주를 찾는다면 쌍용차는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투자주가 노리는 시장이 어디느냐가 미래를 가를 것이다. 쌍용차의 매력은 강인하고 튼튼한 SUV에 있다. 신흥국 자동차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바라는 지역 브랜드가 쌍용차를 인수한다면 서로 이득이 되리라 본다.


인수자는 쌍용차의 기술로 현지에서 통할 차를 빨리 만들 수 있고, 쌍용차는 자금 문제를 해결해 더 좋은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베트남의 빈 그룹이 세운 빈패스트라면 어떨까?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이들은 GM의 라이선스를 받아 오펠 카를을 생산 중이다. 하지만 다양한 차종을 만드는 진짜 자동차 제조사로 거듭나려면 스스로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이들이 쌍용차를 인수한다면 쌍용차의 기술력을 바탕 삼아 새로운 모델을 여럿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미래의 쌍용차에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만일 신흥국 자동차 시장의 지역 브랜드가 쌍용차를 인수한다면 소형 라인업을 강화했으면 한다. 하지만 남들이 못한 방향을 개척해야 한다. 가령 티볼리 모델 라인업을 확장하는 소형 트럭은 어떨까? 가능하다면 LPG 구동계까지 끼워야 한다. 이제 사라지는 라보를 대체하며 국내 시장의 수요를 채울 수 있다. 신흥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다. 


그리고 고객 서비스 강화는 필수적이다. 2019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동차 서비스센터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쌍용차는 국산차 중 종합만족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준수한 편이지만, 지금 쌍용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진짜 마니아라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이들의 만족도가 다음을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XAV 콘셉트의 부활을 바란다. 뉴 코란도에 열광했던 이들이 지금의 주력 구매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콘이 된 미니가 부럽지도 않은가? 역사와 디자인 모두 갖춰 아이콘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왜 스스로 버리는가?


쌍용차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 신청서(ARS 프로그램)도 동시에 접수했다. 회생절차 개시 이전에 현 유동성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ARS 프로그램이란 법원이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하는 제도다. 쌍용차는 당분간 대출원리금 등의 상환부담에서 벗어나 회생절차개시 보류기간 동안 채권자 및 대주주 등과 이해관계 조정에 합의하고, 투자자와의 협상도 마무리해 조기에 법원에 회생절차 취하를 신청할 계획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쌍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