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고성능 해치백 ‘GR 야리스’를 출시했다. 현대 i30 N, 벨로스터 N과 같은 시장을 노리는 경쟁자의 등장이다. 게다가 토요타는 GR 야리스를 각종 자동차 경주에 내보낼 예정이다. 현대차와 토요타가 치열하게 맞붙는 중인 WRC(세계 랠리 챔피언십)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불꽃 튀는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둘의 경쟁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토요타 GR 야리스의 개발에는 토요다 아키오 회장이 직접 참여했다. 그는 토요타와 렉서스의 마스터 드라이버로서 자동차의 맛을 책임진다. GR 야리스의 특징은 ‘경주용 자동차의 양산화’. 일반적인 레이스카는 양산차를 개조해 만든다. 하지만 토요타는 반대의 선택을 했다. 경주차를 먼저 만들고 이를 바탕삼아 양산차를 만든 것. 


이는 운전의 맛을 내는 동시에 WRC에서 싸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WRC 기술을 설계에 상당수 반영했다고. 가령 좁아지는 뒷면은 공기역학을 고려한 것이다. 지붕을 스치는 바람이 리어 스포일러를 확실히 누르도록 지붕선을 다듬고, 앞범퍼는 스포일러 및 카나드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공기저항을 이용해 차체를 눌러 코너를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다.


GR 야리스의 엔진은 직렬 3기통 1.6L 터보. 최고출력 272마력을 6,500rpm, 최대토크 37.7㎏·m을 3,000~4,600rpm에서 낸다. 구성이 아주 치밀하다. WRC에서 주로 쓰는 영역에 맞춰 최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보어×스트로크(87.5×89.7)를 결정했다. 실린더 블록, 실린더 헤드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고, 피스톤, 크랭크샤프트 등 부품 무게를 줄여 반응성을 높였다. 


변속기는 수동 6단.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GR-FOUR’도 달았다. 네바퀴에 보내는 힘을 즉시 제어하는 것이 특징. 기본인 노멀(NORMAL) 모드에서는 앞뒤 구동력 배분을 6:4로 맞춰 앞바퀴굴림에 가깝게, 스포츠 모드에서는 3:7로 바꿔 뒷바퀴굴림에 가깝게 만든다. 트랙 모드에서는 네바퀴굴림의 구동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5:5로 설정된다. 


GR 야리스는 총 4개 트림으로 나뉜다. 위에 언급한 기술을 모두 담은 RZ가 기본. 여기에 상위 모델인 ‘RZ 하이 퍼포먼스’가 붙는다. 벨로스터 N의 퍼포먼스 팩을 떠올리면 비교가 쉽다. 앞뒤 디퍼렌셜에 토센 LSD를 추가하고, BBS 휠과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 타이어, 인터쿨러 냉각용 스프레이를 달아준다. 인터쿨러에 물을 뿌려 여름철에도 엔진 출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인터쿨러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본 이들이라면 공감할 기능.


경기 출전이 목표인 마니아들을 위한 RC도 있다. 성능은 RZ와 같지만 편의장비를 걷어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한편, 고성능은 부담스럽지만 스포티한 멋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RS가 있다. 최고출력 120마력의 직렬 3기통 1.5L 자연흡기 엔진에 가상 10단 변속 기능을 지원하는 무단변속기(CVT)를 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사실상 별개의 모델로 봐야하지 않을까?


토요타 GR 야리스의 가격은 RZ 396만엔(약 4,430만원), RZ 하이 퍼포먼스 456만엔(약 5,100만원), RC 330만엔(약 3,692만원), RS 265만엔(약 2,964만원)이다. 우리 기준에서는 벨로스터 N이 더 유리한 선택이다. 하지만 GR 야리스에는 네바퀴굴림이 있고, 자동차의 내장재까지 털어 경주에 나갈 정도의 마니아에게는 깡통 트림(RC)이 있는 GR 야리스가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래서 세계 시장에서는 현대 N과 토요타 GR의 접전이 펼쳐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대차가 기죽을 필요는 없다. i30N과 벨로스터 N은 분명 좋은 차이고, 여기에 코나 N, 아반떼 N 등 새로운 차들이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게다가 G70, 스팅어 등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짜릿한 뒷바퀴굴림차도 있다. WRC의 승리를 놓고 겨루는 라이벌들이 세계 고성능차 시장에서 멋진 대결을 펼치기를 기원한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토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