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토요타와 혼다가 재난대책용 발전·급전 시스템인 ‘무빙 e’(Moving e)의 실증 시험을 시작했다. 사회공헌의 영역이라지만, 자동차 산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두 제조사가 함께 진행하는 일이기에 더욱 놀랍다. 


일본은 지진이 잦은 나라다. 바꿔 말하면 우리보다 더 많은 재난에 노출된다. 그러다보니 재난 상황에 대응하는 물건 요구도가 높다. 대표적인 부분이 V2G(Vehicle to Grid) 기술. 전기차를 집과 연결해 대용량 배터리로 사용하는 것. 비상 시 전기차의 배터리로 집안의 에어컨을 틀수도 있다. 이 같은 전기 보급은 구조 전까지 생존 시간을 늘리고 열사병 예방도 된다.


토요타와 혼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토요타의 수소 연료전지 버스에 혼다의 이동식 외부 전원 공급 장치, 이동식 배터리 등 충전과 급전 시스템을 구비해 곳곳을 찾아가는 것. 목적지에 도착하면 버스는 발전소가 된다. 토요타 수소 연료전지 버스는 전기를 생산하고, 혼다 제품은 이를 저장하고 공급한다. 경쟁하는 두 기업의 멋진 협력이라 부르고 싶다. 


무빙 e 시험에서 사용하는 토요타제 수소 연료전지 버스는 개조형이다. 기존의 수소 연료전지 버스를 사용하되 고압 수소 탱크의 개수를 늘려 발전 능력을 키운 것. 토요타에 따르면 발전량은 최대 490kWh다. 한편, 버스의 커다란 실내를 이용해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재해 발생 시 현장에 파견된 구호 인력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토요타와 혼다의 이번 시험은 일본에서 진행되지만 우리 또한 참고할 부분이 많다. 한중일 아시아 3개국은 매년 여름이면 태풍과 호우에 골머리를 앓는다. 이 때 수소 연료전지 버스를 이동식 발전소로 쓸 수 있다면 어떨까?


수소 연료전지 버스가 많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쉽게 체감할 수 없겠지만, 수소 에너지 보급과 버스 확대가 계속 이뤄진다면 그 가치는 커질 것이다. 지진, 화재, 홍수 등 천재지변으로 일정 지역이 전력난에 시달린다면, 지역 내 버스 회사에서 전력 공급이 필요한 곳에 버스를 보내주면 된다. 지역 내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하지 않을까.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토요타, 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