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혼다가 ‘VFR750R’(RC30)의 복원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VFR750R은 1987년 한정 판매로 등장한 전설의 모델. 왜 혼다는 이 모터사이클의 복원 사업을 시작했을까? 


1987년 등장한 혼다 VFR750R(RC30)은 도로를 달리는 경주마나 다름없는 모델이었다. 세계 슈퍼바이크 챔피언십(WSB) 출전을 위해 만들어서다. WSB는 대중 판매용 모델을 튜닝해 참가하는 모터사이클 레이스다. 참가를 위해서는 출전용 모델을 일정 대수 이상 생산해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경주마의 바탕이 될 판매용 모터사이클부터 빡세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혼다는 VFR750R 제작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가격 대 성능비’로 인정받는 이들이었지만 VFR750R만든 예외였다. ‘지금껏 없던 고성능 모터사이클을 만들어 제 값 받고 팔겠다’는 모토 아래 만들었다. 엔진 부품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VFR750R은 양산형 모터사이클 중 세계 최초로 티타늄 커넥팅로드를 사용했다.  


혼다에 따르면 티타늄 커넥팅로드는 VFR750F용 부품보다 50g 가볍다. 그런데 제조원가는 8배가 넘는다. 이 같은 ‘미친 짓’을 벌일 수 있었던 이유는 사장의 승인. 조금이라도 값을 낮춰야 하는 영업부, 초고성능을 추구한 개발부의 입장차이가 생기자 혼다 기술연구소의 카와모토 사장이 ‘이길 수 있는 모터사이클을 만들겠다’고 주장한 개발진의 편을 들어줬다고.  


그 결과 VFR750R은 세계 슈퍼바이크 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레이서 우승(1988~1989)을, 3년 연속 제조사 우승(1988~1990)을 차지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판매 또한 분명한 성과를 거뒀다. 일본 1,000대, 세계 시장 3,885대 합쳐 총 4,885대를 팔았다. 처음에는 사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추첨까지 해서 팔았다.  


도로를 달리는 경주마라는 특징 WSB에서의 우승 등 화려한 이력을 앞세운 VFR750R은 마니아들이 탐내는 모델이 되었다. 혼다 자동차를 상징하는 고성능 아이콘이 NSX라면, 모터사이클에는 VFR750R이 있는 셈. 그래서 혼다는 NSX의 복원 사업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삼아 모터사이클 복원에도 뛰어들었다.  


혼다는 모터사이클 리스토어 센터를 구마모토 공장 안에 세우고 주요 지점에서 VFR750R 소유자의 신청을 받아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리스토어 센터 한 곳에 정비 장인들을 모으고, 신청은 점포에서 받아 탁송으로 센터에 보내는 방식. 복원이 끝나면 공장 부지를 이용해 달리면서 상태를 재점검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30년 넘은 과거 모델을 제조사가 직접 수리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실력 갖춘 정비사를 모으고, 복원 센터를 차리는 일은 돈만 따져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제조사가 직접 복원을 진행하는 데에서 오는 이점은 분명하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역사를 소중히 하는 모습을 소비자에게 보여줄 수 있고, 소비자는 자신의 애차를 앞으로 계속 관리하며 몰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걸 수 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