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박스터를 전기차로 바꾸면 어떨까? 엔진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깝지만, 포르쉐답게 전기모터의 토크를 이용해 더 스포티한 자동차를 만들지도 모른다. 스포티하고 몰기 좋은 자동차를 만들지도 모른다. 올리버 블룸(Olive Blume) CEO가 호주의 자동차 매체 <위치 카>와의 대담에서 박스터 전기차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박스터 EV도 만들 수 있습니다. 양산은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요구에 달렸습니다. 올해 박스터의 개발 방향을 결정할 것입니다. 전기차를 만든다면 특별히 플랫폼을 만들어야 해요. 우리가 생각하기엔 엔진을 고려하고 설계한 차체 구성은 전기차에 적합하지 않아요. 포르쉐답게 매우 스포티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맞춤형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미 포르쉐는 박스터를 바탕삼은 전기차를 시험 삼아 만들어본 이력이 있다. 2011년 등장한 박스터 E 콘셉트가 그 주인공. 엔진을 덜어낸 자리에 배터리를 얹고, 최고출력 121마력 모터를 앞뒤로 달아 네바퀴굴림을 구현했다. 시스템출력은 242마력, 최대토크는 55㎏‧m을 냈다. 29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달아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70㎞였다. 




박스터 E의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5.5초, 배터리 보호를 위해 최고속도는 시속 200㎞로 제한했다. 또 다른 시험작도 있다. 앞바퀴 모터를 떼고, 뒷바퀴 모터만 남긴 버전이었다. 0→시속 100㎞ 가속은 9.8초, 최고속도는 시속 150㎞였다. 요즘 등장하는 전기차와 비슷한 정도지만, 포르쉐에게는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전기차 기술은 상당히 진보한 상태다. 이미 포르쉐는 타이칸 및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타이칸은 600마력 이상의 출력을 자랑하는데다, 0→시속 100㎞ 가속 시간도 3.5초다. 배터리 무게만 줄인다면야 이 구동계를 어떤 스포츠카에 사용해도 이상하지 않겠다.




이미 포르쉐는 차세대 전기 하이퍼카를 준비 중이다. 올리버 블룸 CEO는 2019 제네바 모터쇼에서 배터리 기준이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않지만, 새로운 하이퍼카를 만들 동기로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918 스파이더와 같은 수준의 전기차를 만들려면 배터리 발전이 3~4년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따라서 포르쉐는 전고체 배터리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의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 1,000㎞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30% 가벼운 전고체 배터리가 필요하다. 배터리의 99%를 재활용할 수 있어 환경 보호에도 유리하다. 폭스바겐 그룹은 2018년에 캘리포니아의 퀀텀스케이프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2020년 중반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할 전망이다.




포르쉐가 박스터를 전기차로 바꾸려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어필해야 하지 않을까? 모터스포츠에서의 승리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는 포르쉐답게, 엔진보다 모터를 얹어 더 훌륭한 차를 만들 수 있다면야 마니아들은 납득할 것이다. 다만 포르쉐 특유의 엔진음이 그리워질 것 같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포르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