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의 전기차 최고 랩타임 기록을 탈환했다. 전기 레이스카 ID.R로 6분 5초 36의 랩타임을 기록한 것. 이는 2017년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니오가 세운 6분 45초 90을 40.564초나 앞선다. 니오가 계측에 사용한 전기 슈퍼카 EP9는 최고출력 1,360마력을 내며, 최고속도가 시속 313㎞에 달하는 전기 슈퍼카다.


한편 신기록을 세운 폭스바겐 ID.R은 최고출력이 680마력에 불과(?)하다. 마치 의도라도 한 듯, 최고출력이 니오 EP9의 절반에 불과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270㎞. 출력과 최고속도에서는 열세다. 하지만 앞서는 부분도 있다. ID.R은 무게가 1100㎏ 대로 가벼운 데다,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F1에서 사용하는 공기역학 기술인 DRS(Drag Reduction System)까지 더했다.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는 총 길이 20.81㎞, 고저차 300m, 코너 수 181개의 방대한 구성으로 운전자와 자동차의 진을 쏙 빼놓는 서킷이다. 따라서 폭스바겐은 도전을 앞두고 상당한 양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왔다. 독일차의 안방이나 다를 바 없는 곳이니, 독일차 제조사에게 있어서는 작은 실수조차 용납할 수 없는 곳이 아닐까? 


폭스바겐이 ID.R을 녹색지옥(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의 별칭)에 맞춰 개조하는데 쏟은 시간은 5개월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예상 이상으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일례로 폭스바겐이 기록 도전 이전에 밝힌 데이터 시뮬레이션 예측 평균 주행 속도는 시속 180㎞ 이상이었다. 그런데 현실에선 평균 시속 206.96㎞을 기록했다. 일부러 겸손하게 발언했던 것일까? 


폭스바겐 모터스포츠의 스벤 스미츠(Sven Smeets) 디렉터는 “우리의 엔지니어들이 철저히 준비해준 덕분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팀 전체로 봐도 흠 잡을 곳이 없었다”고 밝혔다. 가령 공기역학 부분을 재조정해 다운포스 대신 최고속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뒀고, 에너지 관리 및 차체 튜닝 등 다양한 부분을 꼼꼼하게 다듬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ID.R의 운전을 맡은 레이서 로맹 뒤마(Romain Dumas) 또한 소감을 밝혔다. “노르트슐라이페의 기록 보유자가 된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랑스럽습니다. 제게 이 곳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서킷이지만, ID.R은 완벽히 준비를 마친 상태였어요. 엄청난 가속과 빠른 코너링 속도를 경험하는 것은 너무나 즐거웠구요. 폭스바겐 모터스포츠 팀에 감사드립니다.”


폭스바겐은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의 도전에 이어, 중국으로 날아가 천문산 도로에서도 신기록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그들의 전기차 실력을 직접 뽐내겠다는 의도다. 한편,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20가지 이상의 전동화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다음은 폭스바겐 허버트 디에스(Herbert Diess) CEO의 말이다.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서킷입니다. 양산차의 궁극적인 시험 장소이기도 하지요. 이 곳에서 ID.R은 큰 차이를 벌리며 도전에 성공했고, 역대 가장 빠른 무(無) 배출(배기가스를 방출하지 않는다는 의미) 차량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폭스바겐의 전동화 모빌리티 기술이 뉘르부르크링에서 입증됐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습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폭스바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