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로터스는 신형 스포츠카를 준비 중이다. 가벼운 차체에 적당한 엔진을 얹어 날렵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레시피 그대로다. 하지만 그 이후에 등장할 모델들은 죄다 전기차다. 영국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 익스프레스>가 로터스의 필 포팸(Phil Popham) CEO와 나눈 대화 일부를 정리해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로터스는 에바이야(Evija)로 전기 하이퍼카 제조사로 발돋움했다. 에바이야는 브랜드 정체성 전환을 위해 만든 상징적인 존재. 가볍고 날렵한 자동차만 추구해 왔던 로터스가 전기모터의 힘을 빌려 2,000마력에 달하는 하이퍼카를 만들 줄 누가 알았을까? 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통해 브랜드에 새 색깔을 입힌 셈이다.  


다만 에바이야는 많이 팔 수 없는 차다. 가격은 170만 파운드(약 25억 7,805만원)에 달하고 130대만 한정 생산한다. 전동화 모델로 시장을 공략하려면 새 차가 필요한 이유다. 모회사 지리(Geely)의 도움을 받을 법하다. 이미 지리는 하이브리드, PHEV 등 다양한 구동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터스는 하이브리드 기술엔 흥미가 없다. 신형 스포츠카는 엔진을 달지만 다음 모델부턴 전기차로 한 번에 넘어갈 계획. 필 포팸 CEO는 <오토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전기모터, 엔진 등을 모두 단다. 이는 우리의 스포츠카 철학에 맞지 않는다. 우리는 전기차의 미래를 믿는다. 목표는 향후 제품을 전기차로 만드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전기차는 토크 특성, 중량 배분, 디자인 등 여러 부분에서 스포츠카에 매우 적합한 방식이다. 특히 엔진차에 비해 앞뒤 무게 배분에서 유리하다. 전기차의 주요 부품인 배터리는 어디에나 실을 수 있기 때문에 설계의 유연성이 뛰어나다. 따라서 전기차의 무게를 최소화하면서 무게 배분을 조절해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전형적인 로터스 방식이다.  


<오토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로터스의 차세대 스포츠카는 지금 모델보다 더 비싸질 전망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을 붙일 수 있는 상위 시장을 노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모기업 지리의 자금 지원을 이용해 다양한 모델 출시도 할 수 있다. 로터스 브랜드의 세단, SUV 출시도 먼 일은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 필 포팸 CEO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로터스의 핵심 가치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로터스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자, 로터스가 유명해진 비결인 공기역학, 주행 성능, 경량화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를 통해 로터스 모델이 각 차급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단순히 차를 만들고 돈을 벌려 배지를 붙이는 것이 아닙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로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