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로 인해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휴업 중이다. 영국의 롤스로이스도 마찬가지. 2,0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특별한 직원들(?)은 일을 멈추지 않는다. ‘롤스로이스 벌꿀’을 만드는 25만 마리의 꿀벌들이다.  


롤스로이스 굿우드 공장 부지는 42에이커(약 17만㎡)에 달한다. 이 중 8에이커(약 3만 2,000㎡)는 꿀벌들의 일터다. 약 50만 그루의 나무와 들꽃이 꽃을 피운다. 게다가 주변에 농지가 많고 약간 떨어진 곳에는 국립공원이 있어 꿀벌들의 먹거리 걱정이 없다.  


꿀벌들의 기숙사는 영국 전통 방식을 사용한 목제 벌통이다. 벌통은 모두 6개로 각각 이름이 있다. 팬텀, 레이스, 고스트, 던, 컬리넌 등 5개는 라인업에서 이름을 땄다. 다른 하나의 이름은 ‘스피릿 오브 엑스터시’. 롤스로이스 보닛에 선 환희의 여신을 뜻한다. 철제 명패도 달았다. 숙련된 장인이 직접 만들었다고. 역시 롤스로이스답다.  


롤스로이스는 “2,000명의 직원과 마찬가지로 꿀벌도 희귀하고 바람직한 제품을 생산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말 못하는 꿀벌에게도 장인정신을 강조하는 이들이다. 계절이 바뀌면 굿우드 현지의 양봉 전문가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꿀을 만든다. 완성된 꿀은 롤스로이스 굿우드 아틀리에를 찾는 손님들을 위한 선물로 쓴다.  


롤스로이스가 양봉을 시작한 해는 2017년. 꿀벌 및 지역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꿀벌의 수분은 농업 경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꿀벌의 수가 계속 줄고 있다. 굿우드 공장에서 약간 떨어진 사우스 다운즈 국립공원에서도 영향이 나타났다고. 전체 공원 면적 중에서 꿀벌이 살고 있는 지역은 4%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롤스로이스는 양봉을 시작하면서 꿀벌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캠페인에도 참여 중이다. 롤스로이스의 설명에 따르면 복도처럼 꽃이 이어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농민 및 토지주들이 꽃을 심어 꿀벌의 서식지를 연결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국립공원 근처의 주민 및 사업체도 정원에 야생화 심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담당 리차드 카터(Richard Carter) 이사의 설명이다. “롤스로이스 굿우드 공장은 지속 가능한 건물, 빗물 관리 시스템, 야생 조류 보호 시설 등을 갖춘 영국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제조시설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양봉 및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영국의 꿀벌 수를 보존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어요.”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롤스로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