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 참석했다. 점점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국내 모터쇼지만, 그럼에도 자동차 마니아들에겐 이만한 축제를 찾아보기 어렵다. 평소에 쉽게 보지 못한 다양한 자동차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이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차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출시할 자동차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살필 수 있어서다. 그래서일까? 이번 모터쇼는 ‘등장 예정 모델’이 많았다. 출시 일자를 미리 밝혀 다른 차로 향할지 모르는 고객의 마음을 붙잡아두려는 계획인지도 모르겠다. 




먼저 현대차부터. 미워도 일단 확인하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은 이번에도 마찬가지. 6월과 7월에 출시를 앞둔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터보 모델이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한편 벨로스터 N, i20 WRC 등 현대차의 모터스포츠 활동과 고성능 자동차 이미지를 맞물린 구성,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의 친환경성을 강조한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기아차는 모하비 마스터피스, SP 시그니처 등 두 가지 콘셉트카를 내세웠다. 모두 올해 하반기 양산형 모델 출시가 예정된 차다. 반응을 살피고 경쟁 모델로 넘어가는 일을 막기 위해 콘셉트를 공개한 셈. 모하비 마스터피스가 멋지다는 이야기를 은근 들었다. 신형 모하비 등장 전까지 관심을 모으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르노삼성은 XM3 인스파이어 쇼카, 르노 마스터 버스를 공개했다. 르노 마스터의 버스 사양은 13인승, 15인승 두 가지 모델로 나오며 6월 출시를 앞둔 상태다. 이제 쏠라티 버스 사양과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될까? XM3 인스파이어 쇼카는 2020년 1분기에 국내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에서 직접 양산할 예정. 




그리고 쌍용차는 서울모터쇼 전에 미리 출시한 신형 코란도가 주력이었다. 올해 파생형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 칸, 완전 신형 모델인 뷰티풀 코란도가 나왔으니 하반기에는 부분 변경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쉐보레는 대형 SUV 트래버스, 픽업트럭 콜로라도의 하반기 국내 공식 판매 방침을 밝혔다. 전통 미제 픽업이 들어온다는 점, 팰리세이드와 경쟁할 대형 SUV의 등장에 기대를 걸고 싶다. 남은 것은 합리적인 가격과 타이밍이다. 그간 쉐보레는 이미지 소모가 너무 컸다. 이젠 진짜 반등이 필요하다. 




이번엔 수입차.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시 물량은 마치 대결을 보는 것 같았다. 서로 볼만한 차가 상당히 많았다. BMW에선 X7, 신형 3시리즈, Z4, M8 그란 쿠페 콘셉트, i 비전 다이내믹스, 미니 일렉트릭, 미니 데이비드 보위 에디션 등. 




메르세데스-벤츠에서도 눈여겨 볼 차가 많다. 비전 EQ 실버 애로우, EQC, A-클래스 세단, 신형 GLE, 신형 G-클래스 등 관심을 끄는 모델이 많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 하나. 두 브랜드 모두 전동화를 상징하는 콘셉트를 두 대씩 가져왔다. 브랜드의 위상을 책임지는 대형 SUV도 한대씩이다. 정말 용쟁호투 같다. 




포르쉐는 8세대 911과 신형 마칸을 가져왔다. 그 외에도 1970년식 911 S 2.2 타르가, 918 스파이더 등 눈길을 끄는 모델도 함께 자리했다. 올해 상반기 청담에 전 세계 5번째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포르쉐 스튜디오를 선보일 계획도 밝혔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포르쉐 경험을 전달하겠다고. 




재규어‧랜드로버는 XE의 부분변경 모델과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2세대 모델을 준비했다. 신형 이보크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6월에 국내 출시된다. 가격은 6,800만 원부터 8,230만 원까지다. 




마세라티는 르반떼 트로페오를 공개했다. 국내에는 단 10대만 한정 판매하는 고성능 SUV. 최고출력이 590마력이나 되는 만큼 엄청나게 빠르겠다. 그런데 가격도 엄청나다. 2억 2,700만 원. 




시트로엥은 C5 에어크로스 SUV에 기대를 건다. 시트로엥의 글로벌 SUV 전략의 중심 모델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 등 편안한 주행을 위한 각종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동급 SUV에 비해 ‘똑똑한 모델’임을 강조하려는 모양이다. 가격은 3,943만 원부터 시작하며 29일부터 사전계약을 시작한다. 




닛산은 완전 신형 알티마를 공개했다. 일제 중형 세단 중 가성비가 좋아 꾸준하게 인기를 끄는 모델. 신형의 무기는 세계 최초 양산형 가변압축비 엔진이다. 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구현했다고. 올 여름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차 리프(LEAF) 2세대 또한 전기차 예비 구매자라면 살펴볼 가치가 충분하다.

 



혼다는 시빅 스포츠를 출시했다. 북미지역에서 팔리는 최상위 트림인 투어링에, 스포츠 트림의 디자인 요소를 더해 만든 한국전용 사양이다. 한국은 어코드에 이어 혼다 스포츠 라인업 확장을 위해 국내에 시빅 스포츠를 들여왔다고 밝혔다. 1.5L 터보 엔진을 얹은 단일 사양으로 구성되며 가격은 3,290만 원이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모두 SUV 카드를 꺼냈다. 토요타는 신형 RAV4를 공개했다. 5월 1일부터 사전 계약을 시작한다. 가격은 현재 미공개 상태. 렉서스는 UX250h를 선보였다. 가격은 2WD 모델이 4,510만 원, AWD 모델이 5,410만 원이다. 일본에서도 옵션을 하나도 붙이지 않은 기본 가격이 425만 엔(약 4,382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WD 모델의 가격에 있어선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AWD 모델의 가격이 NX300h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NX로 넘어가는 상황이 있을 수 있겠다. 게다가 NX300h는 기본이 네바퀴굴림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각 브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