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지방 정부에 ‘번호판 제한 완화’를 지시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침체를 막기 위한 강경 조치다. 


중국은 자동차 증가를 막기 위한 규제 중 하나로 연간 교부하는 자동차 번호판 숫자를 정해두고, 추첨(베이징) 또는 경매(상하이)를 통해 번호판을 발급했다. 따라서 자동차 구매자수는 번호판을 받은 사람의 수와 같다. 갑작스러운 자동차 증가로 인한 교통 체증 등 사회적 문제에 대비해 시장을 직접 통제해온 셈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전체 판매 숫자는 여전히 세계 1위라지만, 연이어 실적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에 중국 정부는 올해 1월 판매 부양책을 내걸었다. 2007년 이전 구매한 자동차를 정리하고 새로 차를 사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농촌의 소형차 구매 보조금을 마련하는 등 신차 수요 증가를 노렸다.


하지만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이 같은 정책에도 반등하지 않았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전년 동기 실적을 단 한번도 넘기질 못했다. 특히 2019년 상반기 자동차 생산 대수는 2018년 대비 10% 가까이 하락했다. 이런 침체에 중국 자동차 산업협회는 올해 전망을 ‘전년 실적 유지’에서 ‘부정적’으로 바꿔야만 했다. 

자동차 생산 대수와 판매량 하락은 중국 정부에게도 커다란 문제다.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GDP의 10%를 차지하며 고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감원이 이어지면서, 중국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해진 상태다. 고용 유지를 위한 자금 지원, 지분 매입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낼 전망이다.


‘번호판 제한 완화’ 또한 판매 부양책 중 하나로, 강력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연초 계획했던 번호판 교부량의 50%를 늘릴 것을 지방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베이징, 상하이, 심천, 광저우 등 10개 지역에서 번호판 제한을 실시 중인데,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갖춘 지역이기에 빠른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

심천은 연간 8만장이었던 번호판 교부량을 12만장으로 늘렸고, 광저우는 연간 12만장에 10만장을 더하기로 했다. 구이저우성은 성도인 구이양시 중심부에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번호판을 연간 2만4천개로 제한했지만 이를 완전히 철폐했다. 중국의 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연이어 번호판 제한 완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빠르게 끝내지 못하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장기전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집안 살림을 제대로 챙기는 것. 자동차 시장의 하락세를 막아내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최소한의 가동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생산을 멈추는 것이 차라리 유리한 업종인 자동차 산업에서 생산 대수 감소는 상당히 뼈아픈 문제다. 중국 정부의 고민은 당분간 깊어질 전망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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