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국 교통 안전위원회’(NTSB, 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가 2018년 3월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테슬라 모델 X 운전자 사망사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해당 사고는 테슬라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오토파일럿’(Autopilot) 사용 중 일어났다. NTSB는 사고 조사를 통해 새로운 안전 권고를 준비할 방침이다. 


<운전 중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일은 아주 위험하다 [출처: 셔터스톡]>

먼저, 사고 내역을 살펴보자. 2018년 3월, 테슬라 모델 X P100D가 미국의 101번 고속도로에서 시속 113.9㎞로 방벽을 들이받았다. 해당 자동차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사용했다. 충돌 6초 전까지 시속 104.6㎞로 앞차를 따라 달렸다. 이후 좌회전을 시도하며 시속 96.6㎞로 속도를 줄였고, 다시 가속해 시속 113.9㎞로 가속해 방호벽에 충돌했다. 

충돌로 해당 자동차의 고전압 배터리 팩이 찢어져 화재가 일어났으며, 뒤 따르던 2대의 차량과 후속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부상이 심각해 사망했다. NTSB는 테슬라의 주행 기록(원문 Carlog Data)을 확인해 사고까지의 주행 상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충돌 경고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고, 운전자의 조작 또한 없었다. 


<NTSB가 제공한 사고 현장의 사진 [출처: NTSB]>

사고까지 상황을 살펴보자. ① 시속 120㎞로 크루즈 컨트롤을 설정한 테슬라 자동차는 충돌 6초 전까지 앞 차와 25.3m 간격을 두고 시속 102~106㎞로 달렸다. ② 충돌 5.9초 전 왼쪽으로 조향을 시작해 약 170m을 달렸다. ③ 충돌 3.9초 전에는 앞 차량을 감지하지 못했고 시속 99.6㎞에서 재가속을 시작했다. ④ 충돌까지 테슬라의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비상 제동도 작동하지 않았다. ⑤ 사고 전까지 10초 동안 운전자의 조작은 없었다. 

운전자의 조작이 없었던 이유도 나왔다. 휴대전화 분석에 따르면 운전자는 사고 당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NTSB는 사고 원인으로 ‘테슬라 오토파일럿의 한계, 운전자의 오토파일럿에 대한 과도한 신뢰, 운전 중 게임을 하는 등의 주의 산만’을 들었다. 또한 ‘충돌 감쇠 장치(원문 crash attenuator)의 비작동이 운전자 부상의 심각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을 냈다.


<잘못된 운전의 참담한 예.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돕는다고 해도 운전자는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 [출처: 셔터스톡]>

NTSB의 로버트 섬발트(Robert Sumwalt) 회장은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 비극적인 사고는 기술의 한계를 돌아보게 합니다.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은 자율주행이 아닙니다. 아직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자율주행차는 없어요. 주행 보조 시스템이 장착된 자동차를 자율주행차로 여기지 마십시오. 해당 기능을 사용할 때에도 운전에 집중하고 주의를 돌리지 말아야 합니다. 주의 산만으로 인해 매년 수많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편, NTSB는 ▲미국 도로교통 안전국(NHTSA)의 신차 안전도 시험의 충돌 방지 시스템 평가 확대 ▲테슬라 오토파일럿 장착 차량의 위험도 평가 ▲드라이버 모니터링 시스템 표준의 공동 개발 ▲운전 중 휴대용 전자장비 사용 금지 ▲ 산만 운전을 막기 위한 기술 개발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NTSB,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