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올해도 여러 자동차들이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현대 펠리세이드, 르노 마스터, 렉서스 ES, 토요타 프리우스 C, 지프 랭글러, 폭스바겐 아테온, 볼보 XC40, 혼다 어코드, 르노 클리오, 쉐보레 이쿼녹스, 기아 K9, 제네시스 G90, 현대 싼타페, 롤스로이스 컬리넌… 그 외에도 수많은 모델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저마다 의미를 담고 시장에 등장한 자동차들이 우리의 자동차 문화를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그 중에서 최고의 자동차를 뽑자니 조금 어렵다. 마음이 가는 차들이 많아서다. 장점이 분명한 차들도 많고. 하지만 올해 자동차 마니아들을 가장 뜨겁게 달군 차는 현대 벨로스터 N이 아녔나 싶다. 풀 옵션 3,368만 원의 275마력(퍼포먼스 패키지 적용) 핫 해치라니, 솔직히 발표 전까지 정말 반신반의했던 차다.




처음엔 현대차가 고성능 해치백을 국내 출시한다는 소식을 믿지 않았다. ‘현대차가 손해 볼 짓을 하겠어?’란 생각으로 바라봤다. 확정이 된 뒤에는 ‘가격이 비싸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식 공개 이후 깜짝 놀랐다. i30N의 해외 가격만큼 벨로스터 N도 비싸리라 짐작했는데 생각보다 저렴하게 나와서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저렴한 가격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비교 대상인 수입 앞바퀴굴림 고성능 해치백에 비하면 분명 저렴한 가격은 맞다.




현대차의 용기를 칭찬해줘야 할까? 사실 벨로스터 N은 많이 팔 수 있는 차가 아니다. 현대차는 미니가 아니잖은가. 수동변속기만 고를 수 있는 자그마한 해치백에 3,000만 원 이상을 투자하는 건 스포츠 드라이빙을 사랑하는 자동차 마니아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현대차가 이 차를 만든다는 건 이제야 좀 재미있는 자동차를 만들겠단 신호가 아닐까? 벨로스터 N을 통해 쌓은 노하우로 좀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차를 싫어한다. 하지만 선호도와는 별개로,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문화에 미치는 커다란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가령 2008년 제네시스 쿠페의 등장이 국내 드리프트 씬에 미친 영향은 상당하다. 수입 뒷바퀴굴림 쿠페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부품값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많은 이들이 제네시스 쿠페를 튜닝해 경기에 출전하며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제네시스 쿠페 중고차는 부담 없이 드리프트에 입문하길 원하는 이들을 위한 차로 평가받고 있다. 벨로스터 N 또한 비슷한 길을 걷지 않을까 싶다. 스포츠 성향이 짙은 차는 단종이 되어도 계속 영향을 미친다. 감가상각이 이뤄지면서 이 차를 꿈꾸던 사람도, 어린 자동차 마니아들도 중고차로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벨로스터 N을 이용한 다양한 자동차 경주가 열린다면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시간이 흐른 뒤다. 지금부터 10년 뒤, 벨로스터 N은 아마추어 레이서를 꿈꾸는 이들이 선호하는 차가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돕는 도우미가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올해의 차로 뽑을 가치가 충분하다. 드라이브 스토리의 2018년 올해의 차는 현대 벨로스터 N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