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가 시각 예술가 에스더 마흘란구 박사(Dr. Esther Mahlangu)와 함께 팬텀에 아프리카를 담아냈다. 정확히는 8세대 팬텀의 ‘더 갤러리’(The Gallery)에 아프리카의 전통을 바탕삼은 그녀의 작품을 실은 것. 롤스로이스 팬텀은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안에 고객이 직접 주문 제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이를 미술관이라는 의미를 담아 ‘더 갤러리’라 부른다. 


이번 작품을 맡은 에스더 마흘란구 박사는 아프리카의 전통 예술을 세계에 소개한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녀는 남아공의 소수민족인 은데벨(Ndebele) 부족 출신. 어머니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전통 벽화 기술에서 영감을 받은 예술 세계를 펼치고 있다. 은데벨 부족이 성인식을 열 때, 여성들은 집 안팎을 천연 색소로 칠해 장식하는데, 이 기술과 패턴은 가족 중 여성에게만 전승된다. 


그래서 에스더 마흘란구 박사는 은데벨 부족이 사용하는 패턴과 화려한 장식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을 그린다. 크고, 화려하며,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이 그녀의 스타일이다. 에스더 마흘란구 박사의 손을 거친 팬텀의 더 갤러리 또한 기하학적인 마을 전통 문양과 선명한 색채를 담고 있다. 저명한 예술가가 팬텀의 대시보드를 캔버스 삼아 창작 활동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BMW 그룹과 에스더 마흘란구 박사와의 만남은 한참 전부터 시작됐다. 1989년 유럽에서 열린 국제 미술 박람회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그녀에게 BMW는 아트카(Art Car) 제작을 의뢰했다. 에스더 마흘란구 박사는 BMW 525i를 캔버스 삼아 은데벨 부족의 상징을 칠했고, 이는 BMW 최초의 ‘아프리카 아트카’로 불린다. 한편, 에스더 마흘란구 박사의 아트카는 미국 워싱턴의 여성 예술 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1935년 생인 에스더 마흘란구 박사는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 문화대사인 그녀는 문화유산 보존을 목적으로 예술학교를 세워 소녀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며, 은데벨 부족의 전통 디자인 계승도 진행 중이다. 또한 프리미엄 보드가 병의 디자인을 맡아 수익의 50%를 아프리카의 에이즈 퇴치에도 투자하고 있다. 


한편 롤스로이스는, 에스더 마흘란구 박사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작품이 전시된 팬텀의 이름을 ‘마흘란구 팬텀(The Mahlangu Phantom)’으로 정했다. 마흘란구 팬텀의 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마흘란구 박사의 예술학교와 회고전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그녀는 “전통은 정체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전통에 새로운 요소를 자유롭게 더하며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 그녀와 롤스로이스의 협업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BMW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