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와 BMW의 합작품인 수프라와 Z4처럼, 토요타와 미니의 합작을 기대할 거리가 생겼다. 토요타 MR2와 미니 슈퍼레제라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토요타는 86의 부활부터 ‘토요타 스포츠카 삼형제’의 부활을 예고해왔다. 86, 수프라, MR2 등 1980~1990년대 시장을 풍미한 토요타의 스포츠카 라인업이다. 86에 이어 수프라가 등장했으니 남은 것은 MR2 뿐이다. 그런데, 86과 수프라를 살펴보면 모두 협업을 통해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많이 팔기 어려운 스포츠카인만큼, 공동 개발을 통해 투자비를 줄인 것이다. 


토요타는 일본 기업 사상 최초로 연간 30조 엔(약 323조 3,850억 원) 매출을 기록할 만큼, 두둑한 투자비를 쓰는 회사지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차급, 시장에는 크게 투자하지 않는다. 대신 해당 시장에서 경쟁력 갖춘 회사를 파트너로 삼는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 등판 이래로 “재미있는 차를 만든다”며 사풍을 바꾸고 있지만, 경영 전략엔 손실이 없다. 


가령 86은 자본제휴 관계인 스바루와 공동 개발을 진행했고, 5세대 수프라는 BMW와 플랫폼 공동 제작 및 구동계 조정 사용 등의 협업을 통해 완성했다. 그렇다면 토요타와 BMW의 합작이었던 수프라처럼, 미니와 토요타의 합작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마침 미니에게도 새 차가 필요하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니 전기차 출시 행사에서 커뮤니케이션 임원인 안드레아스 램프카(Andreas Lampka)는 “엔지니어에게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면 미드십 차량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해당 발언은 2014년에 선보였던 ‘미니 슈퍼레제라 비전’ 콘셉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미니 슈퍼레제라 비전 콘셉트는 2014년 등장해 엄청난 반응을 모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양산형 모델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나오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당시에는 사업 타당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여력이 있다. 게다가 상위 시장 도약을 위한 이미지 리더가 필요하다. 


지난 해 미니는 총 35만 6,639대를 팔았다. 2018년 대비 4.1% 감소했지만, 글로벌 시장 침체가 일부 영향을 미친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BMW 그룹은 미니 JCW의 인기가 높았고, 컨트리맨 PHEV, 미니 일렉트릭 등 전동화 구동계에 대한 관심도 컸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동화 모델을 내세우기 위한 투자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BMW 그룹 전체의 비전도 좋다. 역성장한 지난 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13.1%의 성장세를 거뒀다. 


그렇다면, 미니 슈퍼레제라 비전 콘셉트를 공개할 당시 꿈꿨던 것처럼, 전기 구동계를 넣는다면 어떨까? 전기차도, 하이브리드도 통할 수 있다. BMW가 i3과 i8을 앞세워 전동화 분야의 선두주자 이미지를 가져간 것처럼, 미니 또한 프리미엄 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확고한 선두주자 이미지를 쌓을 수 있는 길이다. 


한편, 토요타 입장에서도 MR2에 전기 구동계를 얹을 것을 고려할 가치는 충분하다.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스포츠카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다수 전기차는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스포츠성을 강조한 모델은 비싸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가격을 적절한 선에 묶은 전기 스포츠카를 내놓는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카 앤 드라이버>는 토요타 MR2가 전기 구동계를 얹을 수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토요타와 BMW가 협업 후 쿠페로 수프라, 컨버터블로 Z4를 내놓아 각각 다른 시장을 겨냥했듯, 토요타와 미니가 공동 개발 후 서로 다른 시장을 겨냥해 가격만 잘 맞춘다면 경쟁력은 분명해 보인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토요타, BMW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