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GM이 태국에서 신형 쉐보레 캡티바를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한국GM 윈스톰을 기억하는 입장에선 기분이 묘하다.


1세대 캡티바는 GM의 세타 플랫폼을 사용해 한국GM이 개발한 모델. 대우자동차 역사까지 포함해 첫 독자개발 SUV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차였다. 2006년 GM의 릭 왜고너(Rick Wagoner) 회장은 “윈스톰은 GM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메이드 인 코리아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캡티바는 너무 오랜 시간을 버텨야 했다. 2018년 9월이 되어서야 GM은 캡티바의 생산을 완전 중단하고, 후속 모델인 이쿼녹스(Equinox)를 내놓았다. 이렇게 캡티바의 명맥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GM은 중국의 상하이자동차와의 합작법인에서 개발한 바오준(Baojun) 530에 쉐보레 배지를 달아 ‘올 뉴 캡티바’로 내놓았다. 동남아시아 및 남미 시장 공략에 쓰기 위해서다. 


먼저, 중국에서 만든 신형 캡티바의 제원을 살펴보자. 길이×너비×높이는 4,655×1,835×1,760㎜. 휠베이스는 2,750㎜다. 최고출력 143마력짜리 직렬 4기통 1,451㏄ 터보 엔진에 무단변속기(가상 8단 변속 기능 적용)를 맞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무게는 1,520㎏(기본형)~1,630㎏(최고급형). 승차 인원은 사양에 따라 5~7명이다. 


GM은 신형 캡티바의 장점으로 넓은 실내를 꼽는다. 3열 좌석을 달아 7명이 탈 수 있고, 2열은 6:4로 나눠 접히며 앞뒤로 밀 수 있다. 또한 개방감을 높이기 위해 지붕선을 높이고 파노라마 선루프를 달았다.


실내의 방음재도 보강해 엔진음, 풍절음, 노면 소음 등의 유입을 줄이고 하만에서 가져온 인피니티(Infinity) 사운드 시스템을 달았다. 편의장비로는 10.1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달아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또한 360° 카메라를 달아 여러 각도에서 차량 주변을 비출 수 있도록 했다. 


신형 캡티바의 기반이 된 바오준 530은 저렴한 차다. 중국 내 가격은 7만5800위안(약 1,270만원)부터 11만5800위안(약 1,941만원)까지다. 그러나 태국 가격은 100만 바트(약 3,894만원)부터 시작한다. 세금 체계 때문이다. 배기량과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에 따라 세금 적용 비율이 달라지는데, 1.5L 이하는 대략 12~17%. 1.5L 이상은 30% 이상을 매긴다. 


태국에서 신형 캡티바의 가격은 5인승 LS 99만9000바트(약 3,890만원)부터 7인승 LT 프리미어의 119만9000바트(약 4,668만원)까지다. 바오준 530의 중국 가격과 비교하면 많이 비싸게 느껴진다. 하지만 경쟁 모델로 인기 많은 토요타 포추너(Fortuner)가 124만 바트(약 4,828만원)이니 가격 경쟁력은 있다. 다만 포추너는 엔진이 2.0L 이상이라 세금을 더 내며, 모두 태국 생산이라 수입차에 추가로 붙는 세금은 없다. 둘의 제조 원가 차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GM은 태국에 캡티바를 소개하며 “태국 고객들이 캡티바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100만 바트(약 3,890만원) 밑으로 살 수 있는 가장 큰 SUV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가격을 위해 배지 엔지니어링을 택한 GM의 선택에 훈수를 둘 생각은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 싸게 팔 차만이 아니라, 남미나 동남아 등 여러 시장에서 경쟁자와 비슷하게 제 값 받고 팔 차를 만들고자 했다면 GM은 노하우, 실력에서 앞선 한국GM의 손을 잡았어야 했다’란 생각이 들어 아쉽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