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 포스트(독일우정)의 자회사 DHL이 중국의 체리 자동차와 함께 소형 상용 전기차의 생산 및 판매를 시작한다. 독일과 중국의 관계 강화를 의식한 움직임이자, 전기차 전환에 열중인 중국 시장을 파고드는 포석이다. 하지만 곧 수출 전선에도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수출 확대’를 주문하는 중국의 정책에 따라 동남아 시장을 파고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2014년, 도이체 포스트는 운송용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기 위해 RWTH 아헨 대학교의 스타트업 기업인 스트리트 스쿠터(StreetScooter)를 인수했다. 상용차의 주 고객인 택배회사가 직접 전기차 제작에 나섰다는 점이 신기하다. 다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DHL용 전기 밴(Van)을 제작 요청했지만, 수향이 적어 진행하겠다고 한 제조사가 없었다고. 


택배 회사로서는 여러 노하우 갖춘 DHL이지만, 자동차에는 경험이 없다. 그래서 DHL은 전기 밴에 성능을 입증한 유명 자동차 부품 제조사들의 여러 부품을 공급받아 쓰기로 했다. 전기 모터 등 구동계는 보쉬(Bosch)에서, 헤드램프는 헬라(Hella)에서 공급받는 방식. 최종 조립은 자회사가 된 스트리트 스쿠터가 맡도록 했다. 


한편, 도이치 포스트는 9월 6일 중국 안후이성의 치루이 자동차(奇瑞汽车, 영문명 체리)와 택배용 전기차의 합작 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최대 5억 유로(약 6,586억 원)을 투자해 2021년부터 중국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점차 확대되는 전기 상용차 시장을 선점하고 싶은 치루이 자동차와 뜻이 맞았다고 본다. 


도이치 포스트와 치루이 자동차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중국 방문에 맞춰 각서를 체결했다. 독일과 중국의 관계 강화를 의식한 움직임으로 보이는 이유다. 한편, 합작 회사는 중국 시장용 모델의 개발, 생산, 판매를 진행한다. 연간 10만 대 생산을 전망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 외에도 동남아 등 개도국 전기 상용차 시장을 노린다. 


치루이 자동차에 따르면 중국의 소형 상용차 시장은 2025년 230만 대 규모가 되며, 이 중 90만 대를 전기차가 차지한다. 치루이는 현재 중국의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 2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스트리트 스쿠터와의 합작 회사로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한다. 다양한 대중 브랜드들의 전기 상용차 출시 전에 최대한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DHL의 전기 택배차는 세계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가격 대 품질 유지가 중요하다. 상용차 시장은 승용차 시장과 다르다. 감성을 강조해 파는 차가 아니다. 돈을 버는 차로 사용 용도가 명확히 정해져있다. 쓰임새에 부합하는 품질, 저렴한 가격, 오래 버티는 내구성이라는 세 가지만 충족한다면 승산은 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도이치 포스트, 치루이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