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대기업, 빈그룹(VinGroup)의 자동차 제조사 빈패스트(Vinfast)가 6월에 소형차 파딜(Fadil)을 출시할 예정이다. 베트남 최초의 국산 브랜드 자동차가 등장하는 셈이다. 지금까지 베트남은 해외 자동차 브랜드의 라이센스 생산만 진행해왔다. 이제 이들도 자국산 브랜드를 향한 복잡한 심정을 생생히 느낄 수 있게 됐다. 


우선, 빈그룹은 베트남의 최대 기업 중 하나다. 부동산, 쇼핑몰, 엔터테인먼트, 인터넷 쇼핑 등 여러 분야에 발을 걸쳐 시가 총액이 베트남 주식 시장의 24%를 차지할 정도다. 현재 이들의 관심사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지난 2017년에 자동차 산업 진출 계획을 밝히고, 자동차 제조사인 빈패스트를 세웠다. 


빈패스트는 마그나 슈타이어(Magna Steyr)와 손을 잡고 베트남 전역에서 주행 시험을 진행 중이다. 개발은 하노이, 생산은 항구도시 하이퐁에서 진행한다. 수출을 염두에 둔 부분이다. 환경 및 안전 시험에 통과할 수 있는 차를 만들고, 가격만 잘 맞춘다면야 동남아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빈그룹은 자동차 시장 진입에 약 35억 달러(약 4조 1,580억 원) 가량을 사용했다. 올해 6월, 첫 모델인 파딜의 판매를 시작하고, 9월까지 SUV와 세단 등 다른 모델도 선보여 라인업을 넓힐 계획이다. 우선 저렴한 소형차를 먼저 내놓아 대중을 설득하고, 이후 점점 고가 모델을 더해 라인업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파딜의 길이×너비×높이는 3,676×1,632×1,495㎜. 휠베이스는 2,385㎜다. 최고출력 98마력의 1.4L DOHC 엔진에 무단변속기를 맞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실내는 5명이 탈 수 있고, 7인치 터치스크린과 6개 스피커를 달았다. 살짝 홈을 파서 수납 공간을 확보한 부분이나, 센터페시아의 모습에서 쉐보레 스파크가 살짝 떠오른다. 


빈패스트는 연간 25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추고, 2025년까지 연간 50만대 수준으로 생산 물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소형 전기차, 전기 스쿠터 또한 계획에 있다. 배터리, 모터, 제어 시스템 등 기술이 앞선 한국 기업의 수출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빈그룹은 첨단산업 분야 기술 확보를 위해 대구에 빈테크코리아 R&D 센터를 올해 3월 개장한 바 있다.


다만 빈그룹이 자동차 산업에서도 순조롭게 성장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아직 작은 규모다.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긴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선 현지 생산을 하기 애매한 정도. 수출이 따라붙지 않으면 대량 생산이 어려워지는 물량이라서다. 2017년, 베트남에서는 14만 6,994대의 승용차가 팔렸다. 2018년에는 19만 2,084대가 팔렸다. 


점유율 순위로는 토요타 22.8%, 타코(기아차 등 해외 브랜드 라이센스 제조사) 20.4%, 마쓰다 11.3%, 혼다 9.4%, 포드 8.5%, GM 4.3% 순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단단히 자리잡은 기업들과 대결하면서, 해외 진출도 해내야 하는 상황.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싸고 잘 만든 자동차다. 이제야 첫 자국차 브랜드를 갖게 된 베트남 사람들에게 축하를 건낼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자동차로 완성하길 바란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빈패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