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대의 클래식 미니를 지금 본따 만든다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과거의 정취를 지금에도 비슷하게 누릴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 않을까? 비슷한 생각을 한 이들이 여럿 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SUV 유행도 살짝 반영한 모양이다. 1964년 첫 등장한 ‘미니 모크’(MOKE, 당나귀를 뜻하는 영단어)에서 영감을 받은 요즘의 소형 전기차를 찾았다. 


먼저 오리지널 모델에 대한 소개부터. 모크는 미니의 아버지 알렉 이시고니스(Alec Issigonis)가 설계한 미니의 파생형 모델이다. 그는 오리지널 미니를 설계할 때 다양한 파생 모델을 계획했고, 그 중 하나는 전술적 사용이 가능한 영국 육군용 미니였다. 가벼운 차체에 낙하산을 매달아 공중 투하가 가능하다는 이점을 앞세워 1959년 시험을 시작했지만, 육군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험로를 통과하기에는 엔진 출력이 부족하고, 최저지상고가 너무 낮았다. 


결국 군납을 포기한 알렉 이시고니스는 모크의 민수용 버전을 만들어 1964년 출시했다. 1959년 먼저 등장한 오리지널 미니의 후광에 힘입어 모크는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명성을 얻은 때는 1966년 호주 진출 후다. 비가 자주 오는 영국의 우중충한 날씨에서는 매력을 뽐내지 못했겠지만, 화창한 호주에서는 개방감 넘치는 디자인 덕분에 인기를 끌었을 법하다.


미니 모크는 가벼운 차체 덕분에 해변가를 달리기 쉬웠다. 따라서 관광 용도로 주로 사용했을 뿐더러, 리조트 내 이동 및 골프용 카트 등 단거리 이동 수단으로도 많이 사용했다. 한편 호주에서 생산한 미니 모크를 이스라엘 군이 도입하기도 했다. 초기에 기획했던 대로 영국 육군의 발이 되진 못했지만 끝내 전술적 용도 또한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미니 모크의 마무리는 좋지 못했다. 미니의 모회사인 브리티시 레일랜드(로버 그룹의 전신)의 경영 문제로 세대 교체 없이 한 세월을 버텼다. 이후 1990년에 그들은 모크의 명명권을 이탈리아의 카지바(Cagiva) 그룹에 팔았다. 이후 후속 모델은 등장하지 못했다. 현재는 몇몇 소규모 제조사들이 저마다 ‘모크로부터 영감을 받은’ 키트카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모크 아메리카(Moke America)는 해외 시장에 엔진 얹은 모크를 판다. 길이×너비×높이 3,325×1,660×1,550㎜, 휠베이스 2,225㎜의 작은 차체에 최고출력 68마력의 직렬 4기통 1.0L 엔진을 달았다. 5단 수동 변속기를 맞물려 앞바퀴를 굴리고 최고속도 시속 110㎞를 낸다. 연비는 18.1㎞/L이며 공차중량은 810㎏. 가격은 2만5,000달러(약 3,020만원)이다.


조금 더 저렴한 선택지도 있다. 프랑스에서 만드는 전기차인 노스모크(NoSmoke)다. 가격은 1만 4,158유로(약 1,895만 원). 최고속도는 시속 70㎞이며, 가정용 220V로 충전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80㎞. 르노 트위지 라이프(LIFE) 트림에 비하면 560만원 더 비싸지만 특유의 개성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다. 게다가 100% 프랑스에서 만들었다.


창업자 루크 자글랭(Luc Jaguelin)은 “2012년에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남들처럼 중국에 위탁 생산을 맡겼다. 하지만 충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달았다. 그래서 프랑스에 공장을 세워 2014년부터 직접 생산하고 있다. 노스모크는 프랑스 제조업의 노하우를 담아 만든 최고급 제품이다. 우리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프랑스 고용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얹는 둘의 차이는 크지만, 두 모델 모두 흥미롭다. 정통 미니 모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옛 자동차의 스타일을 지금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복고를 찾는 멋쟁이에겐 특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최신 기술을 사용해 만들었기에 정비 및 유지 관리에 대한 걱정도 크게 덜 수 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만 있다면 구입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오리지널 모크의 후계자를 타고 싶다면 답은 이미 나와있다. 미니 컨트리맨이다. 미니는 2008년 크로스오버 콘셉트로 컨트리맨의 디자인을 제시한 이후, 2010년에는 컨트리맨과 모크의 정체성을 하나로 합친 ‘비치컴버’(Beachcomber, 해변에서 물건을 줍는 사람) 콘셉트를 공개하며 컨트리맨이 미니 모크의 후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치컴버 콘셉트는 등장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봐도 참 매력적이다. 미니 또한 양산화를 계획했다. 하지만 내놓지 못했다. 안전 시험을 통과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디자인이었고, 보강을 하자니 처음에 구상한 스타일과는 동떨어졌기에 생산을 포기했다는 루머가 있다. 그래서 미니가 ‘예쁜 콘셉트만 내놓고 출시 안하는 브랜드’로 찍히기 전에 슈퍼레제라 비전 콘셉트를 양산하길 응원한다. “미니야, 왜 모니터에서 나오질 못하니…”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미니, 모크 아메리카, 노스모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