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규제가 자동차 산업의 대격변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에 대응할 수 없는 기업은 벌금을 내야하고, 재무 기반이 손상되겠지요. 주가가 폭락해 인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PSA의 카를로스 타바레스(Carlos Tavares) CEO가 <파이낸셜 타임즈>와 인터뷰 중 꺼낸 말이다.


EU(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자동차 제조사의 평균 CO₂ 배출량을 95g/㎞로 규제한다. 판매 대수를 기준 삼아 평균을 계산하며, 1g/㎞을 초과할 때 벌금은 1대당 95유로(약 12만 9,388원). 가령 CO₂ 배출량이 190g/㎞인 차를 한 대 판다면, 전기차를 한 대 팔아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2030년에는 더욱 강화해 37.5% 줄인 60g/㎞ 수준에 대응해야 한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는 “이 규제는 너무 많이 요구하는 반면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 EU의 규제는 기술적, 경제적 현실을 간과한 조치로 실현이 불가능하며, 다수의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향후 어떻게 이 수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유럽 자동차제조사 협회(ACEA) 또한 “37.5%의 CO2를 감축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어 보일 수 있으나 현재 기준으로는 완전히 비현실적이다”고 비판한 바 있다. 2018년 당시 유럽 자동차 제조사의 대당 연평균 CO₂ 배출량은 118.5g/㎞ 이었다. 따라서 2021년 목표 수치 도달이 어려워 보이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많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의 말은 이를 표현한 것. 


폭스바겐 같이 연간 1,000만 대 이상을 파는 거대 자동차 제조사에게도 EU의 환경 규제란 넘기 어려운 벽이다. 340억 유로(약 46조 3,073억 원)를 투자해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발을 들이고, 2025년까지 50가지 이상의 전동화 모델을 내놓아 연간 300만 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에게도 이는 상당한 부담이다. 허버트 디에스(Herbert Diess) CEO는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 내 40%에 이르는 전기차 판매 비중을 달성해야 한다. 고가의 배터리 및 CO₂ 벌금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가 비싸질 수 있다. 정계가 진정으로 이러한 결정에 따른 여파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는지에 의문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규모의 경제가 작은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투자비의 압박이 더욱 강하다. 따라서 PSA는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글로벌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개발비의 압박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2017년에는 GM에게서 오펠과 복스홀을 인수했고, 현재도 인수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PSA는 운용 자금과 별도로 30억 유로(약 4조 859억 4,000만원)를 인수 및 규제에 대비하는 자금으로 두고 있다. 이들도 전동화 모델을 늘려 CO₂ 규제에 대응할 방침. 최악의 경우 디젤 판매 비중을 줄이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 비율을 강화할 계획이다. 물론 흑자 상태는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환경 규제는 산업의 틀을 바꿀 새로운 도전이다. 이에 맞서 적응하는 회사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배출규제는 2025년, 2030년에 더욱 강화됩니다. 목표는 점점 높아지지요. 이를 맞추지 못하는 기업의 시장 가치는 떨어지고, 인수 당할 위험도 높아질 것입니다.” PSA의 카를로스 타바레즈 CEO의 말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PSA,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