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영국의 신임 총리로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전 외무부 장관이 취임했다. 그는 브렉시트 강경파다. 10월 말까지 반드시 EU(유럽 연합)에서 탈퇴할 입장을 공표했다. 하지만 시간 관계상 10월 말까지 완전한 합의를 이루고 EU를 벗어나기란 어려워 보인다. 이에 보리스 존슨 총리는 합의 없는 이탈까지 불사하겠다는 강수를 던졌다. 


이는 전임자 테리사 메이(Theresa May) 총리와 상반된 행보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지난 해 11월 EU와 브렉시트 관련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이 EU 관세 동맹에 잔류하는 ‘백스톱’(Backstop, 안전장치를 뜻하며, 딜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무조건 시행하는 조항)에 합의했다. 해당 조항은 무기한이다. 


이는 EU 시장에서 벗어날 때 생기는 타격을 최대한 완화하기 위한 보호 조치다. 지금까지 EU의 단일 시장, 관세 동맹을 이용했던 영국은, EU 탈퇴 후 무역 관세 및 통관 절차를 받아들여야 한다. 물류가 밀리는 등 경제 활동에 혼란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 영국 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에 대비해 미리 부품을 사두기도 했다. 


그런데 보리스 존슨 총리는 백스톱 조항까지 부정하는 강경파다. 합의 없이 10월 탈퇴를 마치고 나면, 세법을 바꿔 투자와 연구 분야에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브렉시트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이에 EU는 “우리는 합의 없는 영국의 이탈을 바람직하게 여기진 않지만, 영국이 강행할 경우 막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영국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영국 보수당의 지지율은 급등했지만, 스코틀랜드는 분리 독립을 계획 중이다. 또한 영국에 투자했던 외국계 자동차 기업들은 투자를 철회하거나 철수에 나서는 중이다. 7월 26일, 영국 자동차 제조무역협회(The Society of Motor Manufacturers & Traders, SMMT)는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합의 없는 이탈을 피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 자동차 제조무역협회의 마이크 호이스(Mike Hawes) 회장은 서한을 통해 “향후 10년은 자동차 업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생산 거점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책과 무역 환경이 필요하다. 합의 없이 EU를 이탈하면 관세 비용이 상승할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EU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고, 완성차 일부를 다시 EU에 수출한다. 만일 합의 없는 이탈로 관세가 부활하면 생산 비용의 상승은 피할 수 없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우려가 깊은 이유다. 아직 온전히 탈퇴도 하지 않았건만 여파는 크다. 투자와 철수 발표가 이어진 것은 물론, 생산 대수의 하락이 눈에 띈다. 올해 1-5월 영국의 자동차 생산 대수는 55만 7,295대로, 전년 동기의 70만 5,774대에 비하면 21%가 줄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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