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2023년까지 5년 동안 전동화(Electrification) 및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  440억 유로(약 56조 4,823억 원)를 투자할 방침을 밝혔다. 기존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바꾸는 한편, 배터리 직접 생산도 준비하고 있다. 25년까지 유럽 생산의 20%를 전동화 모델로 바꾸는 대규모 계획이다.




지난 17일, 폭스바겐의 허버트 디에스(Herbert Diess) 회장은 독일 볼프스부르크 본사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전동화 투자 계획을 밝혔다. 기존 계획은 5년간 340억 유로(약 42조 6,454억 원)를 투자하는 것이었지만, 비중을 30% 가량 올렸다. 그는 “미래 기술 획득 및 생산 체제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폭스바겐은 전동화 모빌리티 시대의 1위가 된다”고 단언했다.




이번 계획은 파격적이다. 2020년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차종을 늘려나가면서, 현재 파사트를 생산하는 독일 엠덴(Emden) 공장을 2022년까지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바꿀 예정이다. 대신 파사트의 생산은 체코 공장으로 옮겨 생산 비용을 낮출 계획이다.




한편 상용차는 하노버 공장에서 I.D.버즈(BUZZ)를 생산해 전동화 계획에 맞출 예정이다. I.D.버즈는 옛 폭스바겐 버스(타입 2)를 전동화 시대에 맞춰 재해석한 모델이다. 폭스바겐은 이를 합쳐 연간 80만~1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허버트 디에스 회장은 2025년에 유럽 생산의 17~20%를 전기차로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생산도 늘린다. 지금까지는 외부 조달에 의존했지만, 앞으로는 직접 생산하거나 합작 생산을 통해 물량을 채울 예정이다. 이에 대해 허버트 디에스 회장은 “연간 150GW·h(기가와트시) 정도의 배터리가 필요하지만 현재 유럽의 생산 능력은 20GW·h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전기차의 시장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변화가 상당히 빠르게 일어나리라 본다. 지난 6월에는 포드와도 제휴를 맺었다. 플랫폼을 공유하거나,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 연구를 같이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일 폭스바겐과 포드가 같은 전기차 시스템을 공유하게 된다면, 엄청난 물량 공세가 가능하다.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폭스바겐은 자신만만하다. 2019년에 양산을 시작할 신형 전기차 ID 시리즈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최대 550㎞에 달한다. 전기차 전용 MEB(Modularer Elektrobaukasten) 플랫폼을 사용해 대당 가격을 낮추면서 이윤은 높인다. 가격은 현재 팔리는 디젤 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보조금 없이 디젤차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순식간에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폭스바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