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가 닛산에 경영 통합안을 정식 제안했다. 공동 지주 회사를 만들어 산하에 르노와 닛산을 두는 방식이다. 또한 일본과 프랑스를 제외한 제 3국에 본사를 두고 양사의 임원이 활동하는 형태다. 르노의 클로틸드 델보스(Clotilde Delbos) CFO는 26일 열린 르노 주주 설명회에서 통합을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밝혔다. 하지만 닛산의 반응은 차갑다. 




사실 두 회사가 공동 지주 회사를 만든다고 해도 자본 구조의 구성에 있어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닛산은 르노 지분의 15%를 갖고 있지만 의결권이 없다. 르노는 닛산 지분의 43.4%를 갖고 있다. 닛산은 경영악화로 1999년 1조 4,000억 엔의 부채를 안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분을 르노에 넘기고 카를로스 곤을 COO로 영입했다. 그러나 상황이 뒤집어졌다.




닛산은 시가 총액 및 수익성에서 르노를 추월했다. 르노의 순이익 절반이 닛산의 배당금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따라서 르노의 지분 15%를 갖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닛산에 더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생겼다. 장기 주식 보유자에게 두 배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플로랑주법을 이용한 이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장관 시절부터 통합을 추진한 이유기도 하다. 




반대로, 닛산은 경계 모드다. 르노 측은 양사의 일반 주주가 새로운 회사의 주식을 받는 비율을 동일하게 맞출 것을 제안했다. 또한 공동 지주 회사의 본사를 유럽 바깥에 두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바깥에 나오면 프랑스의 플로랑주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닛산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유리한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가령 닛산의 시가총액은 39조원 수준. 르노의 시가총액은 23조원 수준이다. 사업 규모도 더 크다. 따라서 돈으로 지분싸움을 시작한다면 닛산이 현재로선 유리하다. 이 같은 이점을 이용해 르노를 압박할 수 있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르노의 최대 주주는 프랑스 정부. 르노의 실책은 프랑스 정부의 실책으로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국가대항전이나 다를 바 없게 됐다. 




르노는 전동화 기술 개발 등을 닛산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적 개선 및 미래 확보를 위해서는 닛산과의 경영 통합을 이루어야 하는 상황. 르노의 장 도미니크 세자르 CEO는 닛산의 사이카와 히로토 CEO에게 경영 통합을 타진했지만 거절당했다. 사이카와 히로토 CEO는 “지금은 그렇게(통합) 할 때가 아니다”며 통합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지금의 르노-닛산 관계는 힘겨루기다. 얼라이언스의 해체 가능성은 낮다. 30% 가량의 부품을 공용할 정도로 제휴가 심화됐을 뿐더러, 제휴의 경제적 효과도 분명히 봤기 때문이다. 서로 홀로서기에 나선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따라서 두 회사는 앞으로 공격과 방어를 계속 주고받으며 협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싸우는 파트너’라. 좀처럼 보기 드문 관계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