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야마하는 무엇을 만든다고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제조사다. 모터사이클, 엔진, 악기, 보트, 드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제품을 만들어서다. 문어발 제조사란 명성에 손색이 없을 정도. 그런데 이렇게 많은 제품을 팔다보면 어떻게 수요를 늘려야 할지 고민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들은 보트 대여 프로그램도 한다.  




야마하의 보트 대여 프로그램의 이름은 시 스타일(Sea Style). 가입비 및 연회비를 받는 클럽식 제도다. 원하는 보트를 여러 장소에서 빌릴 수 있는 방식. 카쉐어링이 떠오른다. 야마하는 시 스타일을 보트 버전의 공유 서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직접 보트를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서다.  




시 스타일의 입회비는 2만 1,600엔(약 21만 8,700원). 월 회비는 3,240엔(약 3만 2,800원)이다. 배를 빌리는 데에는 별도의 요금이 붙는다. 여러 엔진을 만드는 야마하답게 선택할 수 있는 종류가 많다. 제트스키는 MJ-EX 디럭스가 3시간 1만 엔(약 10만 1,200원)부터 시작한다. 성수기, 시간대에 따라 요금에 차등을 두는 방식. 




낚시용 보트의 경우 정원 6명의 베이피셔(Bay-Fisher) 20이 3시간 4,400엔(약 4만 4,500원), 6시간은 7,800엔(약 7만 8,900원)이다. 스포츠 보트 SR330은 정원 15명에 3시간 9만 8,000엔(약 99만 2,200원)이다. 게다가 선장이 동승하기에 보트 면허가 없어도 배를 빌릴 수 있다고. 직접 면허를 따서 낚시배를 몰아보고 싶다는 환상이 생긴다.




야마하는 2006년 해양레저 보급을 목표로 대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사실 보트의 매력을 경험해본 이들이 미래의 구매자가 된다는 이유가 더 크지 않았을까? 그런데 프로그램의 성장세가 좋다. 보트를 사면 한 자리에 계속 두고 쓰게 되지만, 보트 대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어딜 가더라도 빌려 탈 수 있어서다. 야마하는 일본, 하와이, 태국 등에 140곳의 보트 대여소를 운영 중이다. 




야마하에게 일본은 작은 시장이다. 연간 31만 대의 보트용 엔진을 파는데, 일본에선 6,500대, 북미 시장에선 10만 8,000대 가량이 팔린다. 당장의 투자로 빠르게 성과를 거두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시장이 작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수십 년이 지나도 시장은 여전히 작을 것이다. 야마하가 대여 보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이유다. 참고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기회가 된다면 야마하 보트 대여 프로그램을 이용해보고 싶다. 이들이 내세우는 초호화 보트인 익설트(Exult) 36은 6시간에 37만 엔(약 374만 6,200 원)이나 된다. 엄청나게 비싸다. 하지만 한 척에 7,700만 엔(약 7억 7,963만 원)이나 하니, 체험에 만족하는 수요는 분명 있을 것이다.  




야마하는 이 배를 ‘바다의 콘도’라고 부른다. 아름다운 디자인, 고급스러운 실내, 좌우 흔들림을 억제하는 기술 등 편안한 항해를 위한 모든 것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내겐 3시간도 과하고 1시간만 빌리고 싶다. “난 보트에 탔어!”를 외치며 자랑하는 영상을 찍고 싶어서다. 블리자드 게임인 <오버워치>의 인물, 루시우의 업적 하나가 기억난다. “육지 꺼져”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야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