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가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에 맞춰 테슬라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FCA와 테슬라의 판매대수를 합쳐 평균 CO₂ 배출량을 계산하기로 합의한 것. 테슬라는 전기차만 만들기에 FCA 그룹의 평균 CO₂ 배출량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판매대수 비중을 고려하면 FCA 또한 CO₂ 다이어트가 절실하다.




EU는 2020년부터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평균 CO₂ 배출량 규제를 시작한다. 판매대수의 평균 CO₂ 배출량이 95g/㎞를 넘어서면 벌금을 매긴다. 기준은 그룹 전체. 가령 폭스바겐 그룹의 경우 포르쉐, 벤틀리, 아우디 등 대형차의 높은 CO₂ 배출량을 세아트 또는 스코다의 소형차로 상쇄할 수 있다. 여러 소비자 군을 상대하는 거대 그룹이 유리한 부분이다. 




한편, 기업 사이의 평균 CO₂ 배출량의 합산도 가능하다. 해당 방식은 현재 FCA와 테슬라가 최초다. FCA는 알파 로메오, 지프, 마세라티 등에 테슬라의 판매분을 합쳐 평균 CO₂ 배출량을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테슬라와의 거래를 위해 어느 정도의 비용을 들였는지는 공개를 거부했다. 




이번 거래로 FCA는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테슬라는 짭짤한 수익을 거두게 됐다. 테슬라는 미국에서도 탄소배출권을 다른 브랜드에 판매한다. 지난 2017년에는 2억 7,970만 달러(약 3,191억 원), 2018년에는 1억 340만 달러(약 1,179억 원)를 거뒀다. 현재로선 전기차 기업만의 짭짤한 부수익이나 다름없다. 




테슬라와의 이번 거래가 없었다면 FCA의 환경 규제 통과는 어려웠을 것이다. 기업 및 산업 분석가들이 EU의 환경 규제 실시 시 FCA의 상황이 어렵다고 지적한 이유다. 자동차 산업 분석사인 JATO에 따르면 2018년 자동차 브랜드의 평균 CO₂ 배출량은 120.5g/㎞였다. 그런데  UB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FCA의 평균 CO₂ 배출량은 123g/㎞로 평균을 넘겼다. 




또한, PA 컨설팅은 EU의 환경 규제 실시 시, 주요 자동차 제조사 중 FCA의 초과 폭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제프리(Jefferies) 증권의 기존 분석에 따르면 EU의 환경 규제 실시 시, FCA가 2021년에 갚아야 할 벌금은 20억 유로(약 2조 5,711억 원) 수준에 달했다. 테슬라와의 이번 거래로 FCA는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돈을 주고 CO₂ 배출량을 낮추는 거래를 할 수만은 없다. 점차 탄소 배출권의 가격도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FCA는 향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마이크 맨리(Mike Manley) CEO는 일부 차종의 판매 중단 및 CO₂ 배출량이 적은 디젤 차량의 판매 증진 등의 계획을 진행 중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FCA,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