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전동화 차량의 기술관련 특허 2만 3,740건을 풀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여러 분야의 특허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한편 해당 기술을 이용하는 기업이 필요로 할 경우 제품화를 돕는 서비스는 유상이다.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이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이용한 신차를 내놓는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




토요타는 지금까지 하이브리드 등 주요 전동화 기술을 지키는데 힘을 쏟았다. 갑작스러울 정도의 진로 변경이다. 기술을 공개한 것은 자사의 기술을 사용하는 제조사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하이브리드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함으로 보인다. 토요타에 따르면 전동화 기술 공유에 대한 문의가 줄곧 있었으며,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해야하는 중국 쪽의 관심이 높다.



더불어 토요타의 이번 행보는 유럽 시장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과 모터를 따로 이용할 수 있다. 연비 개선 효과가 뛰어나지만 제조 단가가 비싸다. 한편 요즘의 유럽 제조사들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엔진을 모터가 가볍게 보조하는 방식이기에 연비 개선 효과는 떨어지지만 제조 단가가 싸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관련 특허를 공개해,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을 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끌어오려 한다. 자동차 제조나 판매의 대세를 풀 하이브리드로 바꾸면 미래에도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이 토요타 계열사의 부품을 이용하면 금상 첨화다. 배터리, 모터 등의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상황은 유리해보인다. 각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전동화 차량이 절실히 필요해졌다. 전기차 판매 비중 또한 일정 비율 이상 가져가면서, 자동차 제조사별 평균 연비 규제 또한 맞춰야 한다. 가령 유럽은 2021년까지 CO₂ 배출량 평균 목표치를 95g/㎞로 낮출 계획이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한다. 




중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20%를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의 전동화 차량으로 채우는 신에너지 자동차 정책을 진행 중이다. 더불어 자동차 제조사별 평균 연비를 20㎞/L까지 끌어올릴 계획. 따라서 하이브리드 등 연비 개선에 도움이 되는 기술 도입 또한 절실히 필요해졌다. 




따라서 유럽 및 중국 등 환경규제가 심해지는 지역에서 자동차를 팔아야하는 회사들이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 시스템을 가져다 쓸 확률이 높다. 물론 탄탄한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한 자동차 회사라면 손 벌릴 일이 없겠지만, 직접 기술을 개발하느니 사다 쓰는 쪽이 이익일 회사도 다수 있기 때문. 이들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장래가 괜찮은 회사는 아군으로 삼는 것이 토요타의 목표가 아닐까? 특허의 사용은 공짜다. 하지만 그 이상의 기술을 갖추지 못한 회사라면 특허 기술을 응용하기도 어려울테다. 기술의 힘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토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