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투어링 슈퍼레제라(Touring Superleggera)는 특별한 자동차를 만드는 코치빌더(Coachbuilder)다. 이들은 양산차에 장인의 손기술을 더한 수제작 자동차를 주로 만든다. 알파로메오, 벤틀리 등 유럽산 럭셔리카를 더 특별하게 바꾸고 싶은 부호가 고객이다. 마세라티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이 제네바에서 공개한 샤 디 페르시아(Scia di Persia) 카브리올레는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를 바탕삼아 만든 모델. 페르시아의 왕이란 이름의 이유는 과거에 있다. 투어링은 마세라티 5000GT의 차체를 만든 코치빌더 중 하나. 이들이 만든 마세라티 5000GT의 첫 고객이 이란의 팔레비 왕이었다고. 과거의 영광을 강조해야 하는 투어링 입장에선 좋은 이야깃거리다.




투어링이 새롭게 다듬은 디자인에는 마세라티의 주요 특징이 그대로 담겨있다. 오래된 마세라티 디자인이 떠오른다. 차체 옆면을 수놓은 선과 굴곡이 빚어낸 볼륨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한층 대범하게 바뀌었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그릴을 테두리만 남긴 채 송두리 지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큼직했던 헤드램프는 덜어내 작은 것을 끼우고 선을 그어 흔적만 남겼다. 헤드램프가 차지하는 자리가 줄어든 만큼 더 파격적인 모습을 만들 수 있었다. 복고와 현대를 넘나드는 대담한 디자인에 호감이 간다. 투어링 슈퍼레제라는 샤 디 페르시아 카브리올레의 디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날카로운 모서리와 팽팽한 표면은 1970년대의 우아한 스타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는 자동차의 황금기에 있었던 럭셔리함과 우아함을 재현하고자 했어요.”




실내의 고급스러움도 주목할 요소. 전체적인 구성은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와 같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에 맞춰 한층 호사스러운 가죽을 사용했다. 맞춤 제작인 만큼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고. 이들은 “수제작이 기본이지만, 작업의 정밀도를 위해 디지털 측정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엄격한 기준에 맞춰 모든 부분을 꼼꼼히 살피며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샤 디 페르시아 카브리올레의 구동계는 그란카브리오와 같다. V8 4.7L 엔진은 최고출력 460마력을 7,000rpm, 최대토크 53㎏·m을 4,750rpm에서 뿜는다. 자동 6단 변속기를 맞물려 뒷바퀴를 굴리며 시속 0→100㎞ 가속은 5초 이내다. 최고속도는 시속 288㎞. 아름다운데다 빠르기까지 하다. 




투어링 슈퍼레제라 샤 디 페르시아 카브리올레는 단 15대만 한정 생산된다. 마세라티 특유의 멋진 소리를 이색적인 디자인과 함께 즐길 사람들이 조금은 부러워진다. 다만 갖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는 아니란 허세를 부리고 싶다. 사실 내가 원하는 투어링 슈퍼레제라는 다른 차다. 나와 이름이 비슷한 회사와 손잡고 만든 차! 안 만들면 마세라티로 눈을 돌릴… 아, 통장 잔고를 보니 불가능하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투어링 슈퍼레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