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제네바 모터쇼를 앞두고 신형 전기차 혼다 e(Honda e)의 프로토타입 모델을 공개했다. 옛 소형차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모습에 마음이 간다. 혼다는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했던 어반 EV(Urban EV, 도시형 전기차) 콘셉트를 바탕삼아 양산을 위한 진화를 더했다”고 밝혔다.




혼다 e의 디자인에는 겉멋 부린 요소가 없다. 혼다에 따르면 “자사의 소형차가 만들어온 운전의 즐거움, 애착이 가는 친근함을 테마로 삼아 단순하고도 깨끗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평소엔 숨어있다가 운전자가 접근하면 튀어나오는 팝업식 도어 핸들, 카메라 사이드 미러 시스템 등의 기술 또한 멋진 디자인을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

실내의 테마는 라운지 같은 편안한 공간이다. 대시보드에는 나무를, 좌석에는 직물을 사용했다.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3개의 디스플레이.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터치 스크린을 달아 커넥티드 서비스 등을 포함한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전자기기 사용을 고려한 것인지 220V 충전기, USB 충전기, HDMI 단자 등을 에어컨 조작부 아래 달기도 했다. 




혼다 e는 새로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다. A,B 세그먼트용으로 새로 개발했으며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깔아 무게 중심을 낮추는 한편,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혼다는 “작은 차체에 긴 휠베이스, 짧은 오버행을 구현해 도심 내 주행이 손쉬울 뿐만 아니라, 뛰어난 안정감과 날렵한 움직임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혼다는 아직 자세한 제원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혼다 e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00㎞ 이상이다. 급속 충전을 이용할 경우 30분이면 80%까지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요즘 전기차들은 약 400㎞에 달하는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그런데 절반도 안되는 주행거리로 어필할 수 있을까?




하지만 혼다는 거대 도심에서의 쓰임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주행거리가 알맞다고 본다. 주행거리를 더 늘리기 위해선 커다란 배터리를 얹어야 하는데, 그러면 차체가 늘어나고 무거워져서다. 납득은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가 긴 혼다 e가 등장하길 바라게 된다. 아마 배터리 기술이 발전한다면 주행거리를 충분히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혼다는 2019년 하반기부터 혼다 e 프로토타입을 바탕삼은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먼저 일본에 출시하고 이후 글로벌 판매를 시작할 계획. 이들은 가정과 전기차를 연결하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포인트로 삼는다. 혼다 e의 배터리를 이용해 낮에는 집에 전력을 공급하고, 심야 시간대에 다시 배터리를 채우는 등 여러 활용이 가능해서다. 재난 대비용도 되겠다.




다만 가격은 싸지 않을 것이다. 2017년에 어반 EV를 공개했을 때 혼다는 “가격이 낮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 제품은 저렴하지 않지만 부가가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혼다 e 또한 이 같은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디자인 하나만은 요즘 애플보다 더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왠지, 혼다 e 프로토타입을 볼 때마다 미니가 앞으로 내놓을 전기차와 전략이 은근 겹친다는 생각이 든다. 브랜드 자체의 특성은 다르지만, 모델 자체만 보면 과거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작지만 알찬 패키징, 싸진 않지만 매력으로 구매자를 홀리는 방식이 닮아서다. 가격 책정에 따라서 미니와 비슷한 고객을 두고 다투지 않을까? 




하나 더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혼다 e 프로토타입의 디자인은 1981년식 혼다 시티를 닮았다. 당시 혼다는 시티의 트렁크에 실을 수 있는 휴대용 모터사이클 모토콤포(Motocompo)를 같이 판 적이 있다. 당시엔 비싼 가격과 무거운 구조 때문에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전기를 사용하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전기 모터사이클로 부활한 모토콤포까지 끼워서 판다면 더욱 멋진 구성이 되지 않을까? 혼다는 2011년에 모토콤포의 전동화 콘셉트를 선보인 이력도 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혼다, 모리오(Mo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