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제품은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 비쌉니다. 불행히도 7%의 직원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미안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길이 매우 어려움을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가 18일 직원들에게 남긴 메일 중 일부다. 4만 5,000여명에 달하는 직원 수를 고려하면 3,150여명에 달하는 이들이 해고 대상이다.




테슬라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모델 3이 성공해야 이들의 비전을 이룰 수 있다. 3만5,000달러(약 3,956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은 아주 매력적이다. 미국에서 연방정부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약 847만 원)와 캘리포니아 주 전기차 보조금 2,500달러(약 282만 원)를 받으면 2만 5,000달러(약 2,826만 원)에 살 수 있다. 따라서 휘발유 중형 세단을 고려하던 사람들도 모델 3에 눈길을 돌리기 충분한 상황이 됐다. 




그래서 모델 3의 성공 가능성은 높다. 실제로 예약 시작 1주 만에 32만 건이 넘는 접수를 받았다. 그런데, 너무 잘 팔려서 문제인 상황이 생겼다. 미 연방정부 보조금은 제조사당 20만 대까지이며, 이를 넘기면 분기에 따라 보조금을 줄여 최종적으로는 없어지기 때문. 따라서 보조금 없어도 잘 팔릴 만큼 가격을 낮춰야 한다.




올해 테슬라는 미국에서 3,750달러(약 423만 원)의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지난해에 비해 반이 줄었다. 그래서 이를 보충하려 가격을 2,000달러(약 226만 원) 내렸다. 대신 2,000달러를 더 내리긴 어려웠는지 3만 5,000달러짜리 기본형 모델은 리스트에서 삭제했다. 그런데 테슬라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장기적으로는 손해일 수 있다. 모델 3로 최대한 이익을 내서 생산 확대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데, 손해를 감수했다는 전망이 있어서다.




지난 8월, UBS는 “모델 3의 원가는 4만 1,000달러(약 4,635만 원)이다. 3만 5,000달러에 팔면 대당 6,000달러(약 678만 원) 적자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생산 공정을 개선하고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도 있다. 지난 10월 먼로 & 어소시에이츠는 “모델 3의 원가는 3만 달러 이하로 보인다. 테슬라는 30% 가량 마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지금 테슬라에겐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시장에서만 승부를 보긴 어렵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는 현재 1주에 4,676대의 모델 3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12만 6,000대 가량을 파는 등 자리를 잡는 중이다. 하지만 미국 바깥 시장을 고려한 해외 생산 기지 구축은 꼭 필요하다. 미국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율은 1% 수준. 휘발유 값 하락과 연비 규제 완화 정책까지 고려하면 미국 시장의 전동화는 느긋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빠르게 전동화가 진행될 유럽, 중국 시장을 거세게 공략할 필요가 있다. 많이 팔 상황을 만들고, 많이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완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선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공장도 새로 하나 지어야 해서다. 행여나 주식 일부를 팔아 돈을 보태거나 투자를 받으려면 기업가치 방어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직원 해고 결정이 주가 하락의 도화선이 됐다. 1월 18일, 테슬라의 주가는 347.31달러(약 39만 2,633원)였다. 1월 19일엔 302.26달러(약 34만 1,704원)로 떨어졌다. 하루만에 12.97%가 빠졌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테슬라, 구글 주식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