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7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였다. 현행 모델인 6세대는 2015년 6월에 등장했으니 3년 반만의 업데이트다. 기존 모델에 비해 크게 달라진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자꾸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을 보게 된다. 기존 모델 대비 40%나 커져서다. SUV 라인업의 기함인 X7과 같은 이미지를 담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쪽은 세단의 기함이니까.




그릴과 반대로 헤드램프는 작아졌다. 하지만 먼 길 비추기엔 전혀 무리가 없다. 옵션인 BMW 레이저라이트(Laserlight)를 더하면 하이빔 상태에서 최대 560m 앞까지 비춘다. 범퍼도 간결해졌다. BMW는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을 줄이기 위해 공기역학에 초점을 두고 다듬은 디자인이다”고 설명했다. 




뒷부분의 인상도 사뭇 다르다. 테일램프의 디자인을 한층 입체적으로 바꾸는 한편, 양쪽을 잇는 크롬과 LED 선을 그어서다. 넓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디자인 수법이다. 사진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유리가 두꺼워졌다. 옆 유리창의 두께는 5.1㎜. 바깥에서 들이치는 소음을 더욱 잘 차단하기 위해서다.




실내 디자인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신형 디지털 계기판을 적용하고 컵 홀더 바로 앞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을 더한 정도. 하지만 더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해 다른 분위기를 낸다. 이번에는 퀼팅 나파가죽을 새로 추가했다. BMW는 “넓은 실내와 정교한 구성, 조화로운 디자인 등의 모든 요소가 호화로운 분위기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구동계는 크게 가솔린,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3가지로 나뉜다. 750i와 750Li는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6.3㎏·m의 V8 4.4L 트윈 터보 엔진을 얹는다. M760Li는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86.3㎏·m의 V12 6.6L 트윈 터보 엔진을 단다. M760Li의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4.1초에 불과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249㎞에서 제한된다. 




디젤 모델은 3가지다. 모두 직렬 6기통 3.0L 블록을 사용하지만 터보차저와 ECU 세팅을 달리해 성능에 차이를 뒀다. 730d, 730Ld는 싱글 터보. 최고출력 263마력, 최대토크 63.0㎏·m을 낸다. 740d, 740Ld는 트윈 터보로 최고출력 320마력, 최대토크 69.1㎏·m을 뿜는다. 디젤 모델 중 가장 강력한 750d, 750Ld는 쿼드(4) 터보를 달아 최고출력 398마력, 최대토크 77.2㎏·m의 성능을 자랑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745e, 745Le로만 나온다. 직렬 6기통 3.0L 터보 엔진에 전기 모터를 맞물려 시스템 출력 393마력, 60.9㎏·m을 낸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5.2초다. 12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어 전기만으로 최대 58㎞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위 모델들은 뒷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x드라이브) 중 고를 수 있다.




7시리즈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에어 서스펜션을 단다. 주행 모드나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 세팅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한편, 각 서스펜션마다 공기압을 조절할 수 있는 이점을 살려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일례로 한 쪽에만 짐을 잔뜩 실어도 차가 기우는 것을 막아주며, 울퉁불퉁한 도로나 급경사 진입로에선 차고를 2㎝ 가량 높일 수 있다.




주행을 돕는 각종 기술도 인상적이다. 개선된 교통 체증 어시스트는 운전자가 손을 놓아도 시속 60㎞ 이하에선 스스로 움직인다. 하지만 카메라로 운전자가 전방 상황을 확인하고 있는지는 계속 살핀다. 어디까지나 안전 운전의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후진 어시스트 기능도 있다. 장애물을 읽어 자동으로 후진하는 기능인데, 좁은 골목길에서 비켜야 할 상황이 생길 때 아주 유용하겠다. 




7시리즈 페이스리프트는 올해 4월 글로벌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SUV로는 X7, 세단으로는 7시리즈로 각각 기함 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에서 등장한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두 모델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형태가 됐다. X7은 7시리즈의 후광을 받아 SUV의 기함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할 수 있게 됐고, 7시리즈는 X7의 대담한 디자인을 가져오면서 보다 젊은 고객층에게도 호소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실물을 본 것도 아닌데, 사진만 봐도 멋지단 생각이 든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B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