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 주 내슈빌에 자리한 레인 자동차 박물관(Lane Motor Museum)에는 두 바퀴로 달리는 자동차가 있다. 이름은 자이로 X(Gyro X). 1960년대 후반에 ‘미래형 운송수단’을 꿈꾸던 이들이 만든 시제차다. 두 바퀴 밖에 없는 구조가 생경하다. 어떻게 균형을 잡고 달리는지 궁금했는데, 보닛 아래 달린 22인치짜리 자이로스코프(Gyroscope)로 자세를 잡는다.




레인 자동차 박물관의 관장, 제프 레인(Jeff Lane)의 설명에 따르면 자이로 X는 두 명의 유명인사가 개발했다. 미국 포드에서 스타일링 디렉터를 맡았던 산업 디자이너 알렉스 트리뮬리스(Alex Tremulis)와 자이로스코프 전문가 토마스 서머스(Thomas Summers)다. 서머스는 2차 세계대전에 사용한 미사일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1950년대 미국은 자동차의 황금기를 맞았다. 자동차가 많이 팔리기도 했을 뿐더러 인프라 구축에도 열성적이었다. 1956년 아이젠하워 정부 때 4만1,000마일(약 6만 5,983㎞)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교통 예산의 75%를 도로에 썼다. 자동차로 편하게 시내에 들어갈 수 있으니 사람들은 평온한 삶을 찾아 교외에 자리를 잡았다. 대신 교통체증의 본격화가 시작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트리뮬리스와 서머스는 두 바퀴 자동차가 해결책이 되리라 믿었다. 폭이 좁으니 한 차선에 두 대가 들어갈 수 있어 교통 체증을 줄일 수 있고, 가벼운 만큼 연료 소모도 줄일 수 있다고 믿었다. 이들은 “자이로 X의 엔진은 미니 쿠퍼 S에서 가져온 80마력짜리지만 가볍고 공기저항이 적어 계산상 시속 125마일(약 201㎞)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생긴 것만 따지면 꽤 불안해 보이지만 이들은 기술을 믿었다. 75만 달러의 투자금(현재 가치로는 563만 8,389달러, 약 63억 2,458만 원)을 받아 개발에 나섰다. 그들은 균형을 잡아주는 자이로스코프를 달았기에 미끄러지거나 뒤집어지지 않고 안정적인 차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시제차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엔진을 이용해 유압 펌프를 돌려 자이로스코프를 가동하는 형태였다. 엔진을 꺼도 자이로스코프가 2시간 동안은 돌기에 넘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야심차게 1967년 뉴욕 모터쇼를 찾았다. 자이로 X를 소개한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미끄러지지도, 뒤집어지지도 않으며 80마력 엔진으로 시속 200㎞를 낼 수 있다. 코너를 돌 때는 40°도까지 기울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이로 X는 불안정했다. 당시 공학 기술의 한계 때문이었다. 결국 1970년에 이들은 파산했다. 양산차가 없는 이유다.




제프 레인 관장은 2011년에 이 차를 사들였다. 본래의 모습을 상당히 잃은 상태였다. 자이로스코프는 사라졌고 다른 엔진과 보조 바퀴가 자리를 채웠다. 이탈리아의 선박용 자이로스코프 회사를 찾아 제작을 부탁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제 모습을 찾기까지 6년이 걸렸다. 지금은 여러 자동차 행사에 선보이는 중이다. “간신히 복구에 성공했어요. 주로 자동차 행사에 사용하고 있고 시속 50㎞ 이상은 내지 않습니다. 역사적인 차이니 망가트리고 싶지 않거든요.”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레인 자동차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