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배터리 산업 지원을 강화한다. 외부에서 들여오는 배터리에 의존하다가는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 시대에 뒤쳐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의 80%가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한국의 LG 화학, 삼성 SDI, 일본의 파나소닉, 중국의 CATL이 대표적이다.




EU에게 자동차는 1,300만 명의 고용과 관련된 핵심 산업이다. 따라서 전기차 관련 배터리 산업을 키우면 이와 맞물려 커다란 산업 증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EC)는 “전동화(Electrification)에 미래가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에 대한 혁신적인 연구가 따라야 새로운 차종, 고품질 자동차의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EU는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 프로그램의 일부를 배터리에 투자한다. 호라이즌 2020은 EU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이다. EU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에 2억 유로(약 2,612억 원), 실험 시설 건립에 8억 유로(약 1조 450억 원), 배터리 산업에 의한 지역 진흥에 220억 유로(약 28조 7,397억 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EU는 대규모 배터리 공장 설립을 바라고 있다. 해당 지역 활성화 및 고용 증가를 노릴 수 있어서다. 유럽 투자은행 (EIB)의 ‘유럽 전략투자 기금(EFSI)’를 통해 배터리 공장 건설에 융자한다. 현재 유럽 내 약 260개 기업이 서로 협력 관계를 구축해 각각의 컨소시엄(공동 사업에 여러개의 회사가 같이 참여하는 것)을 구축 중이다.




현재 여러 기업이 배터리 분야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멘스(Siemens)와 솔베이(Solvay)는 7년 이내 양산화를 목표로 고성능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유미코어(Umicore)는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폴란드에 건설해 2020년부터 가동한다. 독일은 정부 주도로 배터리 기업 바르타(Varta)와 포드 등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배터리 공장을 세울 전망이다.

한편 배터리 관련 자원 정비에도 나선다. 코발트 등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중 일부는 독점 시장이 되어 점차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 따라서 원료 수집를 위한 가전제품 재활용 시스템을 개선하고, 해당 광물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 확인을 진행 중이다. EU 내에서는 코발트, 리튬, 흑연, 니켈 등의 채굴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LG 화학, 르클랑셰(Leclanche) 등은 코발트 사용량을 대폭 줄인 신형 배터리를 내세워 자원 문제를 돌파할 계획. 르클랑셰의 아닐 스리바스타바(Anil Srivastava) CEO는 “코발트를 재사용하고 절약한다면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EU가 버스의 전동화를 주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산업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고 견해를 드러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유럽 기업들이 어떤 변수가 될 지 아직은 예측이 어렵다. 다만 시작이 늦었을지언정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은 분명하다. EU에 투자를 늘려 현지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LG 화학은 폴란드에 대규모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건설했다. 투자 완료 시 연간 10만 대 이상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전망이다. 삼성 SDI는 헝가리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세웠고, SK 이노베이션 또한 올해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 설립에 나섰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픽사베이, 각 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