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미국에서 시승 시 50달러(약 6만 500원)의 기프트 카드(상품권 형식의 선불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시승 신청을 마치고, 대리점에 찾아가면 50달러 상당의 비자, 아마존 기프트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종종 사용했던 마케팅 방식 중 하나다. 


전시장에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각 자동차 제조사들이 골머리를 앓는 주제다. 국내에서도 전시장 방문 시 바나나 우유나 커피 등 음료 쿠폰을 무료 증정하고, 시승을 할 경우 추첨을 통해 자동차, 여행 상품권, 휴가 용품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는 꾸준히 있었다. 명절 연휴 기간 동안 길게 차를 탈 수 있는 시승 이벤트 등, 잘만 살펴보면 이득 볼 이벤트가 꽤 많다.

그러나 아무래도 경품의 의미이기에 미국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미국에선 시승만 하면 50달러(약 6만 500원)를 준다고 하니 눈이 더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돈은 바로 쓸 수 있어서 그럴까? 6만 500원이면 햅쌀 20kg를 사도 잔돈이 남는다. 집에서 요리한다면 국산 삼겹살을 질리도록 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현대차는 그 돈을 들여 미국에서 기프트 카드를 줄까?


미국의 자동차 잡지 <카 앤 드라이버>에서 답을 찾았다. 2018년 12월호의 기사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한다. “현대차 미국 법인 마케팅총괄(CMO) 딘 에반스(Dean Evans)에 따르면 1년 반 동안 약 50만 명의 사람들이 웹사이트에서 시승을 신청했고, 이 중 17만 5,000여명이 대리점을 찾았다. 캠페인에 참여하고 차를 산 사람들은 약 7만 6,000명이다.”

물론 캠페인에 참여하는 모두가 잠재적 구매자라고 할 수는 없다. 갓 면허를 딴 학생들 또한 데이트 비용을 위해 현대차 전시장에 들렸다가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고. 그래도 875만 달러(약 105억 8,312만 원)를 사용해 7만 6,000여명의 구매 고객을 만들었으니, 실 구매 고객 1명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마케팅 비용은 115달러(약 13만 원)인 셈이다. 


1인당 115달러를 사용했으니 3,000달러(약 362만 원)짜리 인센티브(판매 장려금)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소비자는 평균 1.5명의 딜러를 만나고 차를 산다. 새 차를 염두에 두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현대차 전시장에 오도록 하면 실구매자에게 선택받을 확률은 절반이 넘어가는 셈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과 새 차에 힘입어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미국에서 판매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어려움을 겪던 미국 시장에서 수익 회복에 성공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7월 한 달 동안 5만 7,340대의 자동차를 팔아 2018년 7월과 비교해 판매량이 12% 늘었다. 기아차는 7월 5만 3,405대를 팔아 전년 동월에 비해 0.6% 늘었다.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가 확실히 자리 잡는다면 꾸준히 판매대수를 늘릴 수 있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차의 픽업트럭이 미국 생산을 시작한다면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 미국은 픽업트럭이 연간 300만 대 이상 팔리는 초대형 시장. 경쟁력 있는 새 차로 점유율을 확대한다면 성장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다만 미국에 공들이는 마음처럼, 국내 소비자도 좀 더 생각해주길 바란다. 우린 ‘다 잡은 물고기’가 아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현대차 미국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 기아차